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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고로 장관직 쫓겨난 브라질/히쿠페로(세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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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고로 장관직 쫓겨난 브라질/히쿠페로(세계의 사람들)

입력
199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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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제정책 목적은 여당후보 대선당선”/TV발언정국풍파… WTO출마도 “타격” 『요즘 강력히 추진중인 경제정책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여당후보를 당선시키는데 최대의 목적을 두고 있다. 나를 포함해 정부가 적극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나라에서 정부각료의 이같은 충격적인 발언이 TV를 통해 전국에 전파됐다면 믿기지 않겠지만 최근 브라질에서 실제로 이런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장본인은 얼마전까지 브라질 재무장관이었던 후벵스 히쿠페로. 그는 이로 인해 결국 장관직을 내놓았는데 「사건」의 전말이 희극적이다.

 히쿠페로는 이달초 브라질 채널 5TV의 시사대담 프로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에 나갔다. 이 프로의 사회자는 마침 그의 조카. 히쿠페로는 스튜디오의 대담석에서 정식 녹화에 앞서 조카와 귀엣말 사담을 나눴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초점을 여당후보의 대선 지원에 맞추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최근 소비자물가가 지나치게 높게 집계된 것은 이를 담당하고 있는 통계청이 야당원들의 소굴이기 때문』 『상품가격을 올리는 강도들(기업가들을 지칭)에 대처하기 위해 수입자유화를 고려하고 있다』

 히쿠페로가 별 생각없이 이같이 조카에게 말하고 있는 시간, 브라질 국민들은 그 장면과 대화내용을 TV를 통해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방송국의 실수로 나가서는 안될 내용이 나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방송은 브라질 정국에 일대 풍파를 일으켰다. 정부와 여당에 망신살이 뻗쳤고 야당측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전에서 고전중인 야당들은 『관권선거의 증거』라며 국면전환의 호재로 공격을 퍼붓고 있다.

 히쿠페로는 그동안 정부의 지원아래 야심을 품어왔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도 포기했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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