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양에게 대금 5백만원받아/청계천 등 함께 다니며 구입도” 지존파에 백화점 우수고객 명단과 총기를 구입해 주려 한 이주현씨(23)는 24일 서초경찰서에 자수, 범행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이씨는 『도망다니면서 온갖 억측을 받았는데 이렇게 자수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씨와의 일문일답.
―현대백화점 명단은 어떻게 구해 누구에게 주었나.
『8월에 삼성동 술집마담 천모씨가 백화점에 다니는 친구를 통해 입수한 것을 김현양등 2명에게 줬다』
―왜 가스총등 범행장비를 구해줬나.
『김현양이가 자기가 다니는 건설회사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구해줬다』
―장비들은 어떤 것들이며 어디서 구했나.
『가스총 전자봉 전자충격기 각각 1개와 40만원 짜리 무전기 2개등 모두 2백만원어치다. 가스총등은 광교쪽에 있는 공구상에서, 무전기는 세운상가에서 함께 샀다』
―김현양 외에 지존파중 아는 사람이 있나.
『없다』
―총기등을 구해달라는 부탁은 언제 받았나.
『15일 집으로 전화를 걸어 5백만원을 송금한 뒤 소음총 적외선망원경 마취총등을 요구했다』
―그래서 알아봤나.
『부산에서 마취총등을 판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겁이나서 안 알아봤다』
―현재 직업은.
『오락기 팩가게 종업원이다』
―자수 동기는.
『언론에서 나를 마치 무기와 명단 전문 브로커라고 자꾸 과장해서 보도해 억울했다. 자수해서 시원하다』【박천호·김동국기자】
◎주변인물들이 말하는 이씨/“불량끼친구 찾아와 자주 「동업」 권유했다”/무작정 상경한뒤 포르노 노점상/평소온순… 살인범관련에 놀라
1백70㎝키의 보통체격에 호남형인 이씨는 고교 2년을 중퇴하고 고향에서 방위근무를 마친 뒤 무작정 상경, 서울 종로구 장사동 세운상가 일대에서 음란비디오를 파는 노점상으로 생활해왔다. 이곳에서 일을 하는 선·후배들은 『선배에게 싹싹하고 후배들에게는 다정했다』고 말했다.
고향후배인 김모씨(21)는 『이씨가 세운상가 3층 노상에서 불법·음란비디오를 판매하며 가끔씩 동료들과 어울려 포커판을 벌였다』며 『비록 떳떳한 직업은 아니지만 온순한 성격에 불량기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가 한동안 세운상가에 나타나지 않는등 그 동안의 행적들에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어 지존파의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이들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모씨(23)는 『이씨가 5∼6개월 전 이곳을 일시 떠나 성수동 일대에서 일수놀이를 하며 가끔 친구들을 만나러 이곳에 왔다』며 『최근 세운상가에서 김현양과 만나는 것을 보았다는 말을 친구들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친구인 송모씨(24)는 『지난 20일 추석 때까지 최근 3개월간 이곳에서 일해 왔으나 자주 자리를 비웠으며 지존파사건이 보도된 이후 행적을 감췄다』고 말했다.
이씨가 보증금 2백만원 월 20만원으로 세들어 사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다세대주택 이웃 주민들은 『청계천 일대에서 일정치 않은 일을 하는 이씨에게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깡패처럼 보이는 친구들이 자가용을 타고 찾아와 「같이 일을 해보자」고 권유해 동거녀가 걱정하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논 36마지기로 중농인 고향집 가족들은 이씨가 총기를 구입해 지존파일당에게 건네려 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어머니(56)는 『주현이가 추석때 내려와 오늘 상오 서울로 갔다. 자식을 잘 길러야 하는데 정말 미안하다』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3남2녀중 넷째인 이씨는 상경한 뒤 명절때만 고향에 왔으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이 없었으나 대입 3수생인 동생에게는 『공부만 열심히 해라. 뒷바라지는 내가 한다』고 호언했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이씨의 직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가족들은 『주현이가 지존파사건이 보도된 뒤 김현양의 동생(21)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정덕상·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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