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성실시공의 원년」「94년은 부실시공 추방의 해」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의 내용들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부실시공을 하지 않겠다는 건설업체들의 의지표현이다. 이는 또 국내 건설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부의 각오이기도 하다. 건설부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제대로 걸려 있는지에 대해 전국적으로 조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체들의 고질병인 부실공사는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 최근 건설부는 시공중인 아파트 10채중 8채 꼴로 부실사례를 적발했다. 또한 감사원은 정부발주공사중 낮은 가격에 입찰한 공사 68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상이 부실공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공사중이던 다리가 또 한차례 무너져 내려 사람이 다치는 사고까지 있었다. 그것도 현대 삼성 럭키 선경 대우 롯데 한양 청구 삼환 건영 한라 우성 동아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의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부실이라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시공능력이 부족하다는 중소건설업체는 물론이고 그런대로 한국 건설업계를 대표한다는 대기업들이 부실공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부나 건설업체의 관계자들에게 부실공사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자재나 기능공의 탓이라고 대답한다. 자재가 규격미달인 것이 많고 꼼꼼한 마무리가 필요한 공사에서 기능인력들이 제대로 일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현장을 보노라면 이같은 대답은 전체 부실원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다리를 건설하면서 철근을 빼먹고, 아파트 화장실 바닥의 슬래브 두께를 규격의 절반에도 못미치도록 짓고있는 등의 부실공사를 기능공이나 자재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것이다. 국내 건설업체가 공기단축을 위한 돌관작업으로 유명하고 「비자금마련의 창구」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같은 부실공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온적인 제재만으로는 총체적인 부실을 막을 수 없다. 부실현장을 모두 헐어내 다시 짓도록 하는 단호한 부실시공추방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4 성실시공 원년」은 현재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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