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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에 14시간 인질 고선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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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헌에 14시간 인질 고선숙씨

입력
199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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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 악마적 살인극에 6년전 악몽 되살아나요”/“지강헌 존경한다니 새삼 끔찍/제보한 이양 위로해 주고 싶어” 『지강헌을 가장 존경한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요』

 88년 10월 교도소 탈주범 지강헌일당에게 인질로 잡혔다 14시간만에 풀려난 고선숙씨(28·서울 송파구 풍납동)는 지존파 김현양(22)이 지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꿈에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때 일이 되살아나 몸서리 쳐진다. 지존파 일당에게  일주일동안이나 인질로 잡혀있으면서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광란의 현장을 보아야 했을 제보자 이모양의 심정이 오죽했을까 싶어 한번 만나 위로라도 해주고픈 심정이다.

 『지강헌등이 목에 칼을 들이대고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수시로 공포를 쏘아대던 14시간이 수십년 같았는데 이양은 일주일이나 됐으니…』

 고씨는 인질사건이후 「사회와 담을 쌓은 철저한 차단의 생활」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은 사건 후 몇달동안 불면증과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3차례 이사를 했고 전화번호를 번호부에 등록도 하지않은채 사람을 피하며 살아왔다. 동생들은 피해망상증으로 등하교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고씨는 지강헌같은 사람이 다시 나오지 않길 기도했다.

 26일로 결혼 2주년을 맞는 고씨는 다시 지강헌이 세간의 화제에 오르는 것이 무섭다. 회사 동료등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쏠리는 듯한 분위기도 고통스럽다.

 당시 인질범 가운데 지강헌은 사살되고 2명은 자살했으며 강영일만이 살아남았다. 고씨는 그 후 강의 형량을 줄여달라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범죄가 밉지 사람이 미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고씨는 지존파 사건을 계기로 당시 지가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가 만들어낸 이 말이 아직도 통하는 시대인 것같아 씁쓸하다는 것이다.【선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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