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서신교환」 등 상황 의식/양자모두 「대화」에 조심스런 태도 22일 밤(현지시각 22일 상오) 미국 애틀랜타의 카터센터에서 가진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카터전미국대통령의 면담은 35분만에 종료됐다. 김이사장이 이번 방미기간중 이날 회동에 부여했던 의미와 비중을 감안하면 면담시간이 의외로 짧았던 셈이다. 그리고 면담을 마친뒤 두사람이 함께 소개한 대화요지도 『남북관계개선을 위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는 지극히 원론적이고 평범한 내용이었다. 면담결과를 놓고 볼때 두사람은 카터전대통령의 재방북 및 남북정상회담등과 관련한 수많은 「변수」와 최근의 상황전개를 의식, 매우 조심스런 접근자세를 취했던것 같다.
김이사장은 카터전대통령의 방북문제에 대해 김영삼대통령과 카터전대통령의 서신교환으로 정부차원의 공식협의채널이 마련됐다는 점때문에 의도적으로 말을 아낀 흔적이 역력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적극행보는 자칫 국내여론으로 부터 역풍을 맞고 나아가 정상회담성사라는 대사를 그르치는 역효과를 야기할것이라는 판단을 내린것 같았다. 예컨대 김이사장은 카터전대통령에게 직설적으로 재방북을 요청하지 않고 『남북정상이 당신의 방북을 원한다고 보느냐』고 물은뒤 그의 동의를 얻어내는 간접화법을 구사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카터전대통령에게서도 짙게 풍겨나왔다. 그는 재방북의사를 거듭 확인하면서도 『내가 정상회담성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수있다고 판단될때 방북하겠다』며 구체적인 시기문제등 「각론」에서는 시종일관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재단의 한관계자는『카터 역시 북한과 고위급회담을 진행중인 미국정부는 물론 우리정부의 입장까지 살펴야 했을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날 면담은 남북문제에 관한 카터전대통령의 속마음을 비교적 소상히 읽을수있는 기회가 됐다. 카터전대통령은 『한반도 분단50주년이라는 말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남북 양측이 원하면 언제든 북한에 들어갈수있다』고 말했다.
카터전대통령은 『오늘 아침 갈루치 국무부차관보가 처음으로 남북문제에 나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전화를 해왔다』고 말해 미국정부도 자신의 재방북구상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이어 우리정부에 대해서도 『한때 나의 역할을 환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카터전대통령은 그러나 그의 「역할」에 대한 남북한의 분명한 동의와 언질을 「방북조건」으로 내걸었다. 『평양에서 단순한 여행자노릇을 할수는 없다』고 못박은 그는 『나의 방북은 전적으로 남북한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대통령이 정상회담주선을 원하는지, 전반적인 남북화해를 위한 다른 역할을 원하는지 좀더 알아보고 재방북일정을 잡겠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애틀랜타=유성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