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복수·잔인한 살인 정당화·영웅시/무분별한 홍콩느와르 열풍 정서 폐해 심각 지존파일당의 끔찍한 살인행각으로 홍콩영화의 무분별한 범죄행위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비록 소설 「야인」을 흉내내 범죄를 저질렀지만 홍콩영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존」이란 홍콩폭력영화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것부터가 그렇다.
홍콩영화의 폭력성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전통검법을 구사하는 전통무술극이고, 또다른 큰 줄기는 홍콩느와르다. 검법물의 경우 워낙 황당해 현실과 동일시할 수 없지만 홍콩느와르는 다르다. 80년대부터 오우삼 왕정등 젊은 감독들에 의해 거침없이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수입돼 청소년들로부터 열광적인 인기를 얻은 느와르는 암흑가의 폭력집단을 영웅시, 그들의 무자비한 복수나 살인을 정당화한다. 여기에 홍콩의 중국귀속이란 암담한 미래에서 오는 허무주의와 패배주의,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구조가 깔려있고 의리와 사랑이 얽혀들어 주인공들을 「멋있는 영웅」으로 만들어낸다. 두목에 대한 절대복종과 부하를 위해 목숨을 건 싸움등도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모방하기 좋은 모습이다.
이같은 홍콩느와르의 원조는 주윤발을 일약스타로 부상케한 오우삼감독의 「영웅본색」시리즈. 검은 바바리코트 차림에 위조지폐로 담뱃불을 붙이고 성냥개비를 잘근잘근 씹는 주윤발의 무차별 총격이 마치 세상에 대한 분노를 정당하게 쏟아내는 듯해 이후 「첩혈가두」 「첩혈쌍웅」등 이를 모방한 작품이 쏟아져나왔다. 왕정감독의 「지존무상」시리즈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유덕화가 주연한 이 시리즈는 총과 칼보다는 도박이란 것으로 승부를 가리는 카지노무비를 창조, 홍콩느와르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지만 일본야쿠자의 손목절단등 잔혹한 장면이 나온다. 지존이란 보스를 우상화하는 말이다. 이후 내용은 무자비한 폭력을 다루면서 제목만 「지존」이라고 붙인 영화만도 10여편이나 쏟아졌다.
이같은 홍콩 느와르의 열풍이 최근 극장가에서는 한풀 꺾였지만 비디오시장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실정. 서울YMCA 건전 비디오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의 이승정실장은 『미국의 잔혹한 폭력물의 홍수와 동양의 정서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홍콩느와르의 무분별한 감상이 범죄의식을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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