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해약 속출 거센 항의전화/업계, 전산실 단속등 뒤늦게 “부산” 「지존파」일당이 범행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백화점우수고객명단을 입수한 사실이 밝혀지자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백화점이 고객정보를 어떻게 관리했기에 범죄집단의 손에 명단이 송두리째 넘어갔느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고객관련정보가 유통업체나 금융기관등 서비스업체는 물론, 개인의 신변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범죄조직들에게까지 넘어갈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암거래대상까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명단을 전산자료로 확보하고 있는 이들 서비스업체들은 앞으로 이들 정보를 어떻게 지키느냐에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정보가 보호되지 않는 업체는 고객이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객외면현상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 강남일대의 주부고객들 사이에는 「지존파 신드롬」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의하면 「지존파」일당에 고객명단이 넘어간 현대백화점은 물론, 롯데 신세계등 대형 백화점들은 이번 사태로 신뢰도가 크게 손상됨은 물론,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현대백화점의 경우 23일 개점하자마자 40대주부고객이 신용판매과에 몰려와 카드해약을 신청했고 매장은 한산했다. 전화로도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우수고객명단에 포함됐다는 한 30대 주부는 『지존파 범인들이 백화점고객을 노렸다면 우리같은 여자들이 아니겠느냐』며 『또 다른 지존파가 없으란 법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부고객을 중심으로 「지존파 신드롬」이 확산되자 백화점과 신용카드업체들은 고객정보 보호체계를 점검하고 정보유출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2일밤 임원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신용판매부 전산실등 관련부서에 대한 자체감사에 들어간 현대백화점은 이번 내부감사를 통해 사태의 원인을 규명해 관련임직원을 엄중문책하고 앞으로 고객명단은 신용판매부장 전산실장 관련임원만이 열람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키로 했다. 이와함께 전산실출입에 필요한 개인비밀번호를 매일 바꿔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방침이며 그동안 형식에 그쳤던 개인ID카드사용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미 전산화된 정보 검색시스템을 구축, 문서화된 자료의 외부유출 우려는 없으나 앞으로 전산실요원뿐만 아니라 고객업무관련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비밀취급 요령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정보관리캠페인을 강화, 사내정보유출을 방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모든 전산자료에 극소수 담당자를 제외하고는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도파백화점은 우수고객등 특별관리대상의 경우 외부거래선을 통해 판촉물을 발송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화를 걸어 관리하는등 신분보장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국내 카드사중 제일 많은 9백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비씨카드사는 전산실에 설치된 폐쇄회로TV를 통해 전산직원들의 작업을 감독하고 전산실의 작업은 반드시 해당 요청부서장의 작업의뢰서를 통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카드 역시 전산실내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한데 이어 컴퓨터실내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10월말까지 출입문 통과용 ID카드를 발급할 방침이다. 국민카드는 또 올 연말까지 고객관련 자료를 종이로 출력하지 않고 전산으로만 검색할 수 있도록 전산자료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외부업체에 의뢰하던 DM발송을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새로 DM기기를 도입, 설치키로 했다.【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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