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명목상 고평가”분석/미물가 등 감안땐 오히려 절하/업계선 “구매력기준 절상분명”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명목상으로는 상당히 고평가(평가절상, 환율하락)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저평가(평가절하, 환율상승)되어 있어 최근의 「원고현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가격경쟁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2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하면 국제수지가 균형상태를 이룬 지난 85년3월∼86년2월의 평균환율수준을 1백(지수)으로 할 때 금년 2·4분기중의 대미달러환율지수는 명목상 91.1수준으로 떨어져 약 8.9% 평가절상됐다. 외국환은행에서 매일 고시하는 명목환율을 기준으로 할 경우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출가격경쟁력이 8년전에 비해 약 8.9%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KDI는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의 물가수준 및 무역가중치등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하면 금년 2·4분기의 환율지수가 1백8.1로 높아져 약8.1% 평가절하됐다고 밝혔다. 명목환율로는 8.9%정도 평가절상됐지만 실질실효환율로는 오히려 8.1%정도 평가절하된 셈이다.
또 1년전인 지난해 2·4분기와 비교할 경우에는 명목환율과 실질실효환율이 동시에 평가절하(환율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환율지수는 93년 2·4분기 90.1에서 금년2·4분기에는 91.1로, 실질실효환율지수는 1백8에서 1백8.1로 각각 1.1%, 0.1%씩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경쟁국인 일본 대만 싱가포르등의 통화가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평가절상(명목)되고 있어 최근의 원고현상(환율하락)이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악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다소간의 원화평가절상추세는 불가피하다고 판단, 경제기조를 위협할 정도로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우리나라의 원화환율은 올들어 최근까지 약 0.9% 평가절상된 반면 대만의 NT달러화는 약1.7%, 싱가포르달러화도 약 6.3% 평가절상됐다. 특히 일본 엔화의 평가절상폭은 무려 12%수준에 이르고 있다.
김준경박사(KDI연구위원)는 『실질적인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실질실효환율면에서는 원화가 미달러화에 대해 저평가된 상태여서 원고현상에도 불구하고 수출경쟁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른 입장이다. 실질실효기준이 아닌 구매력평가기준으로 환율을 평가할 경우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고평가(평가절상)되어 있어 수출가격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원주임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물가수준만을 고려한 구매력평가기준으로 환율수준을 분석하면 원화가 평가절상된게 분명하다』며 『경제가 좋아지고 있고 외환자유화 및 자본자유화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원화평가절상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하지만 경기활황국면의 초입에서 원고현상이 나타난게 문제』라고 지적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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