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나쁘면 가정에서도 소외/맹목교육열 반사회인격 양산 우리의 교육은 실패했다. 학교교육은 물론 가정교육 사회교육등 교육체계 전반에서 인성교육·인간존중교육은 여지없이 실패했음이 지존파사건으로 다시 한번 드러났다.
지존파, 박한상군사건등 잇따른 잔혹범죄는 천민자본주의적 사회현상에 대한 개탄과 함께 『도대체 우리 사회에 인성교육이 존재하는가』하는 회의를 갖게 한다. 교육개혁에 주력하고 있는 교개위(교육개혁위원회)도 최근 우리 교육의 병리현상을 한 마디로 『인성교육을 하지 않아도 되거나, 오히려 하지 않아야 유리하게 돼 있는 대학입학제도가 원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교육의 모든 노력은 오로지 남을 따돌려야 내가 사는 경쟁지상의 입시교육에 바쳐지고 있으며 더불어 사는 인간상을 육성하는 인성교육은 낭비일 뿐이다. 초·중등학교 12년의 교육기간에는 성적이 곧 인격기준이 된다. 「모든 교과에 도덕률이 스스로 배어 있어야 한다」는 교육적 명제는 교육정책담당자는 물론 교사들의 뇌리에서조차 사라지고 있다.
경제적 형편이 나아짐에 따라 일반화된 취학전교육에서부터 우리 어린이들은 속셈 피아노 미술학원으로 내몰린다. 『5세이전에 형성되는 인격에 대한 교육적 고려는 제쳐둔채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기능교육은 결과적으로 반사회적 인격을 양산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의 가정은 자녀의 인간교육까지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 학교성적이 나쁜 청소년은 가정에서도 소외된다.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은 출세와 물질에 대한 맹목적 욕심의 발로일뿐 학습열이나 인격도야에 대한 열의가 아니다. 부모의 도덕적 태도가 어린이의 인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물질만능 가족이기주의」를 행복의 지름길로 착각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도덕적으로 타락하게 만드는 주범인 셈이다. 핵가족하에서 우리의 어린이들은 가정에서 익혀야 할 기본생활습관마저 학교에서 주입받고 있는 형편이다. 사회교육면에서도 교문만 나서면 청소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오염된 현장뿐이다. 막강한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청소년들은 학교교육내용보다는 오염된 현실을 먼저 체득한다.
지존파사건은 그릇된 현실인식과 이를 바로잡아 줄 총체적 인간교육의 부재가 합쳐져 빚어낸 사건이었다. 우리는 청소년들에 대한 규범과 현실 두 가지 교육에서 모두 실패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충효등 전통윤리 회복, 서 구식의 도구적 합리주의가 충분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이명현서울대교수(철학)는 『현실적으로 사회 전체의 도덕적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는 정치의 도덕화, 공정한 경쟁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 확립, 젊은이들의 다양성을 계발하는 교육적 장치의 창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힘들고 막연한 말같지만 그런 것에 이제부터라도 충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속물적 자본주의의 병리를 치유하지 못한채 도덕적 비전도 창출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지존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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