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존파의 마수에 걸려 무참히 살해된 소윤오씨(42)는 함께 납치된 부인과 집에 남은 두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범인들을 설득하려 안간 힘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영광경찰서는 23일 지존파 일당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부인과 딸들까지 해치겠다고 위협하는 범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소씨가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쓴 것으로 보이는 3쪽의 메모지를 발견했다.
이 메모에서 소씨는 범인들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인듯 『나도 뒷골목 출신이다. 남의 돈을 훔쳐 본 경험도 있다』고 거짓말까지 하며 『요구하는대로 돈을 준비하도록 하고 경찰에 알리지 않을테니 아내와 딸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 다음은 소씨의 메모 전문이다.
『요구하시는 정도는 이해합니다만 저의 형편상 긴급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은 4천3백만원뿐이며, 통장을 확인해 보시면 알지만 별로 없습니다. 원하시는 방법대로 현금으로 준비할테니 선처바랍니다.
저도 근근이 마련한 회사이오니 꼭 살려서 어엿한 중소기업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15일날 돈을 막지 못하면 부도위험이 있습니다. 원하는 방법대로 다하고 운수소관으로 돌리고 또 돈은 벌면 되니까 그리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경찰에도 알리지 않겠으니 제 아내와 딸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돈을 전해주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제 친구더러 어디 어디까지 돈을 마련해 나오라고 해 전달받고, 혹 의심스러우면 사전에 저와 약속해서 제 아내를 가까운 곳에 인질을 잡고 있다가 돈을 전달받으면 후에 놓아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상의 말씀은 남아의 약속으로 꼭 지키겠습니다.
나도 뒷골목 출신으로 돈벌기 어려워 이러는줄 잘 압니다. 나도 남의 돈 훔쳐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 한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돈 아까워하지 않고 다시 열심히 벌면 되니까 허튼 짓 않겠습니다.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면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영광=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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