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무대 「사팔뜨기 선문답」 극단 이슬길「새·새·새」/연극의 표현영역 확대 시도/상상의 여백제공… 관객 “내용 잘 전달” 대사를 절제하고 몸짓과 소리를 중시한 실험적 연극 두 편이 호평 속에 공연되고 있다. 극단 연우무대의 「사팔뜨기 선문답」과 극단 이슬길의 「새·새·새」는 말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오해를 줄이고 관객에게 상상의 범위, 공상의 여백을 제공함으로써 연극의 표현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팔뜨기 선문답」(10월9일까지 연우소극장, 744―7090)은 성고문을 당하고 절규하는 배우의 얼굴이 보일 뿐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절박한 상황을 알리는 음악이 흐를 뿐이다.
이 연극을 구성하고 연출한 윤영선씨는 『특정 역할을 부여받은 배우들이 그것을 진짜처럼 연기하는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이 작품은 배우들에게 내면에 있는 자연스런 움직임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몸짓, 그림, 말이 함께 가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다층적이다. 80년대 상황을 드러내는 고문, 권력의 횡포, 그 밑에서 신음하고 또한 적응해가는 사람들이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분노를 끝까지 간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도 쓰러져간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자리싸움을 하는 소시민의 모습이 드러난다. 마지막에는 배우들이 대본을 들고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이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연극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
성고문으로 죽어간 여인을 묻었던 관이 식탁으로 쓰이고, 한 배우가 절대 권력자와 연극배우등 다양한 역할을 맡음으로써 모든 것이 뒤섞여 버린 90년대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무채색의 단순한 무대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연극을 분위기와 이미지로 이끌어 간다. 연출자는 『음악이나 추상화는 직접적으로 어떤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 감동을 준다. 이러한 것들을 연극에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말이 아주 적지만 내용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음악과 동작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는 쉽게 알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새·새」( 30일까지 연단소극장, 747―6743)는 40여분의 짧은 연극으로 연출자이자 구성자인 이두성씨가 배우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연극에서는 중년의 아버지가 겪는 외로움과 고독이 배우의 대사가 아닌 평면적인 목소리로 처리된다.
표정없는 하얀색 인형을 사용해서 어린 시절 새가 되고 싶었던 심정과 나이를 먹고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두성씨의 역할은 말 못하는 인형의 동작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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