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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얼굴 좀 보자” 구경꾼 몰려/「지존파」 현장검증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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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얼굴 좀 보자” 구경꾼 몰려/「지존파」 현장검증 이모저모

입력
199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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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죄… 후회안해” 큰소리/거리낌없는 상황재연에 주민들 분노 22일 실시된 현장검증은 서울지검 강력3부 오광수검사의 지휘로 실시됐다.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 수분재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범인들은 영광 아지트에서 악사 이종원씨(36·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279의1)에게 비닐봉지를 씌워 살해한뒤 수분재 도로공사현장으로 끌고가 경기3초1109호 쥐색그랜저승용차 앞좌석에 태워 19아래 낭떠러지로 떨어뜨려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장면등을 태연히 재연했다. 현장검증에는 여죄조사로 영광에 남아있는 강동은을 제외한 4명이 나왔다.

 범인들이 끔찍한 범행상황을 거리낌없이 재연하자 남원, 장계등에서 몰려든 주민들은 혀를 차며 분노했다.

 범인들은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범행 전날밤 미리 수분재현장을 답사했고 도로위에 3∼4의 스키드마크를 만드는등 지능적인 수법을 쓴것으로 드러났다.

 ○…현장검증이 실시된 수분재 26번 국도 커브길에는 이날 상오8시께부터 주민과 취재진 3백여명이 차량 40여대와 뒤섞여 한때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혼잡했다. 천복동씨(52·농업·전북 장수군 장계면 남동리4850)는 『흉악범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위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장수경찰서는 자신들의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한꺼번에 해결한 서울서초서관계자들을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경찰관계자는 『당초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면서도 이씨의 피살가능성을 배제하지않고 행적수사를 해왔는데 탈출한 이모양이 16일상오 서초경찰서에 신고하는바람에 「닭쫓던 개」꼴이 됐다』며 아쉬운 표정이었다.

 ○…전남경찰청 문재진차장과 도내 26개 시·군경찰서장들은 이날하오3시20분께 범인들의 아지트를 찾아와 지하실감방과 소각로등을 둘러봤다.

 이들은 기상천외의 「인간살육」현장을 지켜보며 경악을 금하지못하는 표정이었다.

 ○…대전 유성구 세동 노적산 1차 범행 시체 발굴현장에서 1시간여동안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현양등 4명은 시종 태연한 표정에다 가끔씩 웃음기까지 띠며 범행을 재연, 이를 지켜보던 3백여 주민들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 『사람이 어쩌면 저럴 수 있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시체발굴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경찰은 1년전에 암매장한 장소를 범인들이 정확히 기억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었으나 10분도 채 안돼 위치를 정확히 지목, 시체발굴및 현장검증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범인들은 노적산 인근 저수지에서 극기훈련을 여러차례 한 경험이 있어 이 일대의 지리에 밝은데다 암매장 장소로 이곳을 미리 점찍어 놓았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범인들은 약간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태연하게 범행과정을 경찰의 지시에따라 연출하면서 죄의식을 조금도 느끼지 않는 표정이었다.

 김현양은 『가난이 죄다. 있는 자들을 모두 죽이지 못하고 죽게돼 아쉽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암매장 장소인 대전 유성구 세동 주민들은 지난 4월 땅위로 노출된 시체일부가 발견돼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이렇게까지 엄청난 사건으로 확대됐다며 경찰의 행위를 강하게 성토했다. 주민들은 이번 사건은 사사건건 경찰의 수사에서 허점투성이라며 경찰의 분발을 촉구했다.

 ○…장수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하오2시20분께 논산군 두마면에 도착한 범인들과 경찰이 점심식사를 위해 계룡출장소 구내식당에 도착하자 식당측은 약 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소동을 빚었다. 근무중인 공무원들은 범인들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나오거나 사무실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출장소전체가 부산했다.【장수·대전=김혁·전성우기자】

◎경찰, 상습아닌 일시호기 결론/인육 먹었나 안먹었나/탈출이양 “씹어먹는것 봤다” 진술/김현양,회견·진술때마다 말바꿔

 지존파 일당은 정말 인육을 먹었나. 인간으로서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 정말 일어났다는 것인가. 당돌한 표정으로 인육을 먹었다고 말하는 범인의 모습이 보도된 이후 이 말의 신빙성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인육식 여부에 대해 자주 말을 바꾸어온 김현양(22)은 21일 현장검증때 가진 즉석회견에서 『인육을 먹었다』고 잘라 말했다.

 인육식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인질로 잡혀있다 7일만에 탈출한 이양(27)의 경찰진술에서다. 살해한 소윤오씨부부 시체를 토막내 지하실에 설치한 소각로에서 태워 없앴다는 엽기적인 장면도 믿기 어려웠지만, 『일당중 한명이 여자의 가슴부위를 도려내 질겅질겅 씹어 먹더라』는 말은 괴기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이야기여서 경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찰에 검거된 김은 이양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김은 최초 진술에서『소윤오씨의 부인 박미자씨를 살해한뒤 이양에게 인육을 먹어보라고 강요했더니 조금 입에 대다 구토를 해 내가 씹어 먹었다』고 말했다.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김은 『먹지 않았다』『입에 대기만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공범 강동은(22)도 『인육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 없다. 먹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던 경찰은 21일 현장검증을 마친 김이 주민들과 보도진 앞에서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나는 인간이길 포기하기 위해 인육을 먹었다』고 말하자 믿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지존파 일당이 상습적으로 인육을 먹은 것은 아니고 이양을 지존파에 합류시키자고 강하게 주장하던 김이 이양 앞에서 부려본 자기과시적 호기라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나 김의 진술은 자신의 잘못으로 조직이 들통나 모두 붙잡히게 된데 대한 자책감과 자포자기적 심리상태에서 마구 지껄인 말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먹는 시늉에 그쳤겠지 차마 먹기야 했겠느냐』는 것이다.【염영남기자】

◎“사회 냉대 되갚아 여한없다”/「지존파」 김현양 일문일답/도주 이양 돌아올줄로 믿고 피신안해/백화점 고객명단 5백만원주고 구입

 지존파 일당중 김현양(22)은 검거후 이틀간 영광 장수 대전등지에서의 현장검증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어머니도 내 손으로 못죽인 것이 한이 된다』며 『밑바닥 인생들에 대한 사회의 냉대를 조금이라도 되갚아 행복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김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함께 있던 이양이 달아난 뒤 왜 피신하지 않았나.

 『나를 포함해 그녀를 믿고 기다리자는 조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전원 합의에 의해 결정했다』

 ―검거되지 않았을 경우 범행계획은.

 『경기도 일대 러브호텔과 호화별장을 털기로 결정했다. 별장은 보트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을 택하기로 하고 저수지에서 잠수훈련을 몇차례 했다. 러브호텔은 투숙객이 많아 권총을 입수한 뒤에 털 계획이었다』

 ―권총을 어디서 구하는가.

 『돈만 있으면 기관총도 구할 수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무기알선업자를 만났더니 「권총1자루에 50만∼1백50만원한다」고 해 제일 좋은 것으로 6자루 부탁했다. 성능시험을 위해 추석뒤 1자루를 받기로 했다』

 ―백화점고객명단은 어떻게 입수했나.

 『돈주면 못할 것이 없다. 문상록이 서울에서 5백만원을 주고 구입해 왔다』

 ―범행사실이 크게 알려지면 다음 범행이 어렵지 않느냐.

 『6개월에서 1년사이에 한건씩만 하기로 했다. 들켜도 상관없다. 전원 폭사할 작정이었으니까』

 ―애인이 있는가.

 『우리 조직강령의 첫째가 여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다. 둘째로 친구, 셋째가 술을 멀리 한다는 것이다』

 ―이경숙은 강동은의 애인이 아닌가.

 『이경숙은 우리처럼 불쌍한 사람이다. 우리 조직원으로 키울 생각이었다』

 ―모은 돈은 어떻게 쓸 작정이었나.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지만 중국에 해외전지훈련을 갈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존경할만한 사람을 본적이 있나.

 『교도소 탈주범 지강헌이다. 나도 그렇게 죽고 싶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나.

 『(웃으면서)검사가 되고 싶다. 경찰에 붙잡힐 때 심한 고문을 당할줄 알고 기다렸는데 생전 처음 본 음식을 시켜줘 놀랐다. 7천원짜리라고 하던데 지금까지 먹어본 것중 가장 비싼 밥이었다』【장수=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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