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띠·제3자 옷 등 찾아내/제보 이양 “2∼3명 더 피살된듯” 살인조직 「지존파」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아지트에서 이들의 추가범행과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물들과 제보자 이양(27)의 진술을 확보, 집중 수사중이다.
경찰은 이날 범인들의 아지트 1층 뒷방에서 「94년 3월 10일」날짜가 찍힌 서울 강서농협 등촌지소의 1백만원다발 묶음띠 4개를 찾아냈다.
경찰에 의하면 이 띠들은 범인들이 지난해 8월 조직원 송봉우를 살해한 2차범행과 지난 9월 8일 이종원씨(36)를 납치 살해한 3차범행 사이의 공백기간에 서울에서 최소한 4백만원 이상이 인출됐다는 증거로 추가범행의 심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소윤오씨 부부의 몸값으로 삼정기계 심성수영업부장(35)이 범인들에게 준 8천만원은 모두 한일은행에서 인출한 것이어서 농협 돈의 출처는 반드시 밝혀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경찰은 또 지존파 행동대장 강동은(22)의 애인 이경숙(23)이 기거했던 1층 안방에서 조모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성경책을 찾아내 이 책이 공범이거나 또 다른 피해자의 것일 가능성에 대해 조사중이다. 조씨는 지난 7월 28일 군에 입대한다는 전화를 집으로 한 뒤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범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했던 쪽방 간이 옷걸이에서 범인들이나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의 것이 아닌 제3자의 남자용 바지 1벌도 발견했다.
경찰은 이 검은색 바지 뒷주머니에서 분필로 쓴 「황영석」이란 이름을 확인, 신원확인에 나섰다. 이름은 세탁소에서 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제보자 이양으로부터 『범인들과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7∼8명을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양은 또 『범인들이 나를 죽일 것인가를 놓고 싸움을 하면서 「배운 여자들의 말에 속아 우리가 여러번 당했다. 전에 그랬듯이 여자도 죽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범인들의 여죄와 또 다른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영광일대 가출인과 우범자 50여명의 명단을 작성해 최근 행적을 확인중이다.
한편 경찰은 일당들이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김을 15차례 면회한 사실을 확인, 김이 범행을 사주했는지 여부도 조사중이다.【정덕상·박희정기자】
◎두목김기환 교도소 진술/“내 동생들 답다” 범행 두둔/조직결성후 아지트 건축자금 모아/“여자 믿지 말라했는데”… 혀 차기도
살인조직 「지존파」 두목 김기환(26)은 21일 광주교도소를 찾아간 형사들에게 자신의 범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질문에 시종 의연한척 답변하는 뻔뻔스런 태도를 보였다.
중범죄자에게 사용하는 가죽수갑을 차고 나와 형사들과 만난 김은 『아침에 특수 수갑을 채울 때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사건내용을 듣고는 『내가 나갈때까지 기다리지 녀석들 사고쳤구나』고 말하는가 하면, 검거경위를 듣고는 『여자는 어머니라도 믿지 말라고 그렇게 가르쳤는데 바보같은 녀석들』이라고 혀를 찼다.
김은 특히 『후회는 없다. 30∼40년 일찍 간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대한 미련도 없다』고 말했고, 일당의 범행에 대해서는 『역시 내 동생들 답다. 서울에 올라가면 보자』고 말했다. 경찰의 질문에 대한 김의 진술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직결성을 위한 첫 모임은 언제며 무슨 얘기를 했나.
『93년 4월 중순께 전남 함평군 대동면 K농산에서 강동은 문상록등 3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제의했다. 당시 부정입시사건등 세상이 오염된 얘기를 하며 더러운 인간들을 청소해 버리자고 했다』
―일당들과의 관계는.
『강동은은 불갑국교와 중학교 후배여서 잘 알고 있었다. 백병옥은 강의 감방동기로 강이 소개했다. 강문섭도 강이 데려왔다. 문상록은 함평서 포커를 치다가 알게 됐고, 김현양은 1년전 영광서 트럭운전을 할 때 만났다』
―조직결성과 아지트건축 자금은.
『지난해 7월초에 대전 모음식점에서 모여 노동으로 자금을 모으자고 제의해 그때부터 함께 자금을 모아 지난 1월초까지 2천만원을 모았다. 별장(아지트)은 올해 부처님오신날 다음날부터 짓기 시작했다』
―아지트를 짓게 된 동기는 무엇이며 설계는 누가 했나.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하고 죽일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고, 또 함께 생활하며 쉴 장소가 있어야 했다. 설계는 내가 직접했고 집은 동생들이 지었다』
―범행대상은 누구였나.
『잘먹고 잘살고 목에 힘주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들은 우리를 사람취급 하지 않았다. 우리는 중학교도 못나왔는데 그들은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1억원 이상을 쓰는 사람들이다』【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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