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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과 비리/무분별 소비/천박 부과시/왜곡된 가치관이 “병리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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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과 비리/무분별 소비/천박 부과시/왜곡된 가치관이 “병리주범”

입력
199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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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박탈감·적개심등 불러/소외층과 더불어사는 풍토를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조직들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살인공동체라 할만한 지존파와 비리공동체로 모습을 드러낸 인천북구청 공무원들의 부정행태는 통일과 국제화를 위해 매진해야 할 우리 사회의 공동체의식을 저해하고 있다. 사회병리구조의 극단적 반영인 두 사건은 돈때문에 살인하고 돈때문에 부정을 저지르는 조직들이 창궐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두 사건은 인과관계를 갖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천북구청 세무비리는 살인조직의 생성기반이 되었다. 비리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챙기는 사회지도층이나 공무원들의 행태는 못 가진 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적개심을 키워 주었고 가진 자들에 대한 눈먼 증오와 살의를 부추겼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형성되고 정착돼온 비리공동체의 음습한 토양에서 자라난 것은 살인공동체였다.

 정신병리학자들은 지존파 일당이 정신적 결함을 지닌 비정상인이 아니라 평소에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회구성원이라는 점을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지존파의 아지트가 있던 마을사람들도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이들에게서 의심할만한 구석을 발견치 못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들과 유사한 가정·생활환경 속에서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평범한 사회구성원들도 일정한 계기가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격렬한 반사회적 공격행위를 표출할 위험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건은 그같은 병원인자를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외면해 왔는가를 보여주었다.

 사회적 불만의 뇌관구실을 하는 왜곡구조는 부의 축적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부유층의 도를 넘어선 무분별한 소비행태, 천박한 재력과시등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는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과 적개심으로 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살인조직 지존파사건과 인천북구청사건은 뗄 수 없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얽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질환의 실체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총체적 도덕불감증」이나 「비리공동체 증후군」이 그 질병에 붙여질만한 이름들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건전한 기치관육성에 바탕을 둔 교육풍토의 근본적 개선, 폭력·향락문화를 대치할만한 건전한 문화여건의 조성등 사회 제분야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시급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경제발달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수밖에 없는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경제정책적 배려이다. 이들에게 적정수준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비용과, 범죄로 인해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냉정하게 따져볼 때이다.【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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