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구입비 등 “1억여원” 출처 안개속/치밀성·첨단무기·명단입수 「배후」 의심 살인조직 지존파일당의 행적에는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지난해 7월 조직결성후 4차례에 걸쳐 5명을 살해한 것이지만 그들의 악마적 잔인성과 치밀한 살인준비과정은 희생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22일까지 드러난 「살인공동체」 지존파일당의 행적과 앞으로의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의문점들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전대미문의 연쇄 납치·살해사건을 저지른 지존파일당이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는 소윤오씨 부부살해등 4건 5명이 전부일까. 범행자금은 어디서 마련했을까. 공범이나 배후는 없는가. 이상 3가지가 경찰이 앞으로의 수사에서 명쾌하게 풀어내야 할 큰 의문점이다.
▷의문점1 다른 범죄여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의문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여죄가능성이다. 여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밝혀진 범인들의 행적중 13개월 가량이 해명되지 않은채 공백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범인들이 지난해 7월 지존파를 결성한 직후 「살인실습」을 위해 충남 논산군 두마면에서 길가던 23세가량의 여성을 살해하고 한달뒤에는 조직을 이탈한 동료 송봉우(20)를 살해한뒤 지난 8일 이종원씨(36)를 납치살해한 3차 범행까지 1년1개월동안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범인들은 범행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지난 4월 중순 모백화점의 주거래 고객 1천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놓는등 치밀한 계획성을 보여왔다.
두목 김기환(26·구속)은 21일의 경찰조사에서 『지난해 7월 조직결성이후 두차례 범행을 저지른뒤 8개월간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지난 3월에야 집을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김의 진술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집단생활을 하면서 아무 범행없이 지냈겠느냐는 게 의문으로 남는다. 범인들은 최근의 행적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진술하지 않으면서 횡설수설하고 있다.
범인들에게 감금됐다가 탈출, 경찰에 이들의 범행사실을 제보한 이모양(27)의 진술은 여죄가능성을 한층 높게 하고 있다. 이양은 경찰에서 『아지트에 1주일가량 감금된 상태에서 범인들이 「도망칠 생각은 마라. 우리는 여기서 7∼8명을 죽였다. 도망치다 붙잡히면 이 사람들 꼴이 될 줄 알아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또 『범인들이 나를 죽일 것인가를 놓고 다투면서 「여자는 믿을 수 없다. 전에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같은 진술이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인들이 실제 있었던 일을 무심코 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의문점2 자금의 출처는◁
별다른 소득원없이 차량을 구입하고 아지트를 짓거나 각종 인명살상장비를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이들의 수입원은 막노동판에서 번 돈과 지난14일 소윤오씨로부터 몸값으로 받은 8천만원이 전부다. 범인들은 김현양(22)의 포터차량은 소금장사를 해 번 돈으로 할부구입했으며 김기환의 르망승용차는 광원으로 일하면서 번 돈으로 현금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지트는 범인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8개월간 막노동일을 하면서 번 2천만원과 김이 빌린 1천만원등 3천만원을 들여 새로 지었다고 진술했다.
몸값 8천만원중 3천8백여만원은 경찰에 압수됐다. 나머지 4천여만원의 사용처에 대해 범인들은 행동대장 강동은(22)의 애인 이경숙(23)을 술집에서 빼오는데 1천6백만원, 아지트를 지을 때 빌린 돈을 갚느라 1천만원, 일당중 한 명의 부모가 진 빚을 갚는데 6백만원을 썼으며 나머지는 싱크대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이 아지트와 고가의 장비를 마련하고 오랜 기간 집단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생활비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1억원이상의 자금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점 때문에 이들이 또 다른 살인범죄나 강도등 다른 범죄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하오 실시된 현장검증에서는 범인들의 아지트 1층 뒷방에서 「94년 3월 10일」날짜가 찍힌 서울 강서농협 등촌지소의 1백만원 다발 묶음띠 4장이 발견돼 이 돈의 출처와 사용처가 주목되고 있다.
▷의문점3 공범·배후여부◁
범인들이 「지존」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김기환이 지난 6월 강간치상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소씨부부와 이종원씨를 납치해 치밀하게 범행할 수 있었는가 하는 부분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물론 이들은 김의 구속 이후에도 수시로 면회를 가서 범행지시를 받았을 개연성이 있지만 1년여동안 범행을 자제해오다 두목 구속이후 2건이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김은 21일 교도소를 찾은 경찰로부터 사건내용을 듣고 『아침에 나에게 특수수갑을 채울 때 사고가 난 줄 알았다』, 『(내가) 나갈 때까지 기다리지 녀석들이 사고쳤구나』라고 자신이 최근의 범행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범인들은 조직결성후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21개, 전자충격기, 전자봉, 공기총, 등산용지팡이로 위장한 대검 7개, 무전기 2개등 각종 첨단 범죄장비를 갖추었는데 과연 막노동판만 전전하면서 이같은 장비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도 공범이나 배후의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범인들은 장비구입에 대해 김이 삼척의 모탄광에서 일할 때 다이너마이트를 구입했으며 공기총은 최근 총포사에서 샀다고 진술하고 있다.
막노동판에서 일해와 접근이 어려운 백화점의 고객 명단을 넘겨받은 경위도 의심스럽다. 이들은 『명단을 청계천시장에서 브로커로부터 구입했다』고 말했으나 고객명단이 담당자등 일부 직원만이 관리하는 1급비밀이라는 점에서 명단을 넘겨준 사람이 범인들과 공범이거나 최소한 이들의 범행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황유석·장학만기자】
◎강도살인·사체훼손죄 등 해당/「지존파」에 적용될 법조항은/범죄단체조직죄도… 극형 못면할듯
대검은 22일 살인조직 「지존파」일당에 대한 수사가 끝나는대로 법원과 협의,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집중심리제를 적용해 신속히 재판을 진행하고 극형을 구형하라고 서울지검에 지시했다.
이들 일당은 어느 정도의 극형을 받게 될까. 결론은 이들 일당 모두가 희대의 잔혹한 조직 범죄에 적극 가담했기 때문에 사형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범행에 적용될 수 있는 법조항은 대략 4가지다. 우선 소윤오씨부부등 5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돈을 뜯어냈으므로 강도살인죄가 적용된다. 형법상 강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교통사고를 가장해 이종원씨의 시체를 버린 것은 사체유기죄, 소씨부부의 시체를 토막내 화장한 것은 시체훼손죄에 해당돼 7년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들이 인육을 먹은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시체 훼손」에 포함된다.
또 이들이 재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죄단체를 구성한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범죄단체 조직죄에 해당한다. 범죄단체의 두목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 조직원도 1년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렇게 여러개의 범죄가 경합하는 경우 가장 중한 죄에 관한 형으로 처벌한다. 검찰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희대의 살인극을 벌인 일당 모두에게 사형을 구형할 것이 확실하고 법원도 성폭행후 여자를 살해하는 등 비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강력범죄자에게는 사회격리차원에서 법정최고형을 선고하고 있다.【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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