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관청 문열어 “겉으론 정상”/반정시위 시민 공공연히 경찰에 희생/세드라스-아리스티드 세력 반목심화… 내전위기 고조 포르토프랭스는 21일(현지시간) 철시했던 은행 상점 관공서들이 다시 문을 열고 시민들의 거리 왕래가 활발해지면서 겉으로는 정상을 되찾아가는 느낌이다. 중심가 도로변에는 행상, 암달러상들도 몰려나와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했다. 미군들도 이날부터 15∼20명의 무장병력이 탑승한 장갑차 3∼4대씩을 시내 곳곳에 투입,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큰길을 벗어난 뒷골목이나 빈민가등에서는 심야약탈과 테러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아이티 주민들이 말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는 듯했다. 포르토프랭스 중심가에서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이 공공연하게 경찰의 폭력진압에 희생되기도 한다.
특히 아이티인들이 억눌렸던 권리를 즉흥적으로 표출하면서 미국이 우려했던 아이티국민들간의 내분양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세드라스도 아리스티드도 모두 싫다」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시민들의 정치성향을 엄격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아이티전체가 친정부와 반정부, 혹은 친미와 반미로 나뉘어 서로 싸우고 있는 듯하다.
지난 2주일여 포르토프랭스를 지켜본 한 외신기자는 『미군 상륙이후 세드라스세력과 아리스티드세력간의 반목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세드라스가 국내에 체류하는 상황에서 아리스티드가 귀국하면 두세력간에 내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르토프랭스 제1부두 앞에서 발생한 시위대 사망사건과 관련, 카터전미대통령과 세드라스간의 최종담판에 불참했던 프랑수아 포르토프랭스 경찰국장이 의도적으로 테러를 사주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세드라스퇴진과 아리스티드복귀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무질서와 폭력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지난 19일 최종담판을 전후해서 근무지를 이탈했던 아이티군인들은 원대복귀를 시작함으로써 미군과의 우발적인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군측은 폭력사태가 빈발하자 아이티군사정권측에 시위대의 무자비한 진압을 중단토록 촉구하고 미헌병들에게 폭력사태 개입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항과 부두, 빈민촌 경계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던 미군들이 세드라스장군 휘하의 정예사단에 대한 무장해제를 시작했다.
특히 미군은 현집권세력에 의한 테러가능성이 가장 높은 캐어푸르지역등 빈민촌에 대한 통제권 장악에 들어갔다. 포르토프랭스중심가에서 약 5떨어진 캐어푸르지역은 아리스티드지지세력의 근거지로 알려진 곳이다. 때문에 이곳의 한 아이티인은 미군의 진주를 환영하면서 『이제야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냥갑처럼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 주민들은 지난 91년 쿠데타당시 아리스티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비밀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거나 살해됐었다.
미군들은 그러나 반미성향의 군중들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극도로 신중히 움직이고 있다. 미군의 이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아이티군사정권은 21일에도 미군의 파나마침공 기록물을 국영TV를 통해 방영하는등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아이티국민들이 겪어야하는 생필품난은 여전하다. 시중의 환율은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고있으나 휘발유의 경우 가격이 ℓ당 미화 2달러(1천6백원)로 폭등하는등 밀가루 쌀 육류등 생필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나마도 물건이 달려 주유소에는 기름통을 든 시민들이 한나절씩 줄을 서 있는등 생필품을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포르토프랭스=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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