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에 죄의식 마비/일부 지나친 부과시·이기주의도 한몫/소외층 불만 포용할 경제·교육제도를 살인조직 「지존파」사건은 추석 연휴에 들뜬 사회 전체에 소름끼치는 충격을 던졌다.
「못가진 자」의 「가진 자」를 향한 비뚤어진 적개심이 무차별 살인범죄에 이른 이 사건은 범인들의 망가진 심리를 논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전체의 건전성 회복이 「사회 방어」를 위한 절대적 과제임을 새삼 일깨웠다.
○보복행위 통해 쾌감
▲백상창씨(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지존파」의 연쇄살인사건은 특히 가진 자에 대한 무차별 보복이 범행동기로 밝혀진 만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의 복합체라 할 수 있다.
물질위주의 사회 심리저변에는 「가진 자=착취자」「못 가진 자=피해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회의 소외계층, 소외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기회가 닿으면 살인 방화등의 보복행위를 통해 쾌감을 느끼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청소년에 지속관심을
▲차재호씨(서울대심리학과교수)=소외된 계층에 속하는 범인들은 오랫동안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광기를 증폭시켰고 이것이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엽기적 범죄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차원에서 문제 청소년들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소득재분배 등 대책을
▲이장현씨(한국사회문화연구원장·홍익대사회학과교수)=인천 북구청 공무원들의 거액세금횡령사건처럼 사회의 책임있는 계층이 비리와 불법행위로 사회에 대해 「간접적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소외계층의 잠재적 범죄자들이 「직접적 폭력」을 사용하는데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소외계층을 포용하는 소득재분배등 사회경제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김태련씨(이화녀대교육심리학과교수)= 부동산투기 부정축재등이 정상적인 것처럼 오도되는 사회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인간존엄의 올바른 가치관을 갖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은 가진 자에 대한 증오심만을 키우면서 부의 획득에만 관심을 갖게 되고 엽기적인 살인행위도 서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빈부차가 보복감 불러
▲김창헌씨(삼성전자전무)= 부유층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일부계층의 지나친 부의 과시도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 기업이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국민 개개인도 소외계층에 따뜻한 시선을 보낼 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손학규의원(민자)=이런 극악한 범죄가 횡행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진지한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소외계층을 배려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치안유지 뿐 아니라 교육정상화 건전문화조성등에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문희상의원(민주)=사회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총체적 사회위기가 올 수 있다. 정치·교육·문화계 모두 사회환경 개선에 나설 때다.
○사회전체 정신분열증
▲한량순씨(대한체육회이사)=사회전체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부정부패의 만연과 분수를 모르는 일부 부유층의 행태도 범인들의 비뚤어진 사고방식에 한몫했다고 볼때 사회의 책임도 크다.
▲정희구씨(51·주부)=판단력이 부족한 젊은이들의 반항심리를 순화시킬 수 있는 사회적 아량이 아쉽다. 싱가포르의 「효도법」처럼 인륜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도 생각해 볼만한 시점이다.
○갈등조정장치 필요
▲김종호씨(30·공무원)=정상적인 경쟁에서 밀려난 밑바닥 계층이 증오심을 표출하다 보니 나온 극단적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채원석씨(25·서강대독문과4)=「가진 자」와 「기득권 계층」들은 도덕적 불감증과 과시욕을 버리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공동체적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패배주의의 이면에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이희정·황유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