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씨부부 등 4차례 5명 살해/각종 흉기 무장… 시체 소각로까지/행적 13개월 공백… 여죄추궁/백화점 고객 1백50명 명단확보도 드러나 삼정기계 사장 소윤오씨(42·서울 중랑구 중화동)부부 납치사건(본보 16일자 31면)을 수사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21일 강동은(22·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등 5명을 검거,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강의 애인 이경숙씨(23·대전 중구 문창동)를 범인도피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에게서 현금 3천5백58만원과 다이너마이트 가스총 공기총 칼등 범행도구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에 의하면 강등 5명은 지난해 7월 김기환(26·불갑면 금계리·6월28일 강간치상혐의로 구속중)을 두목으로 범죄단체「지존파」를 결성, 10억원을 빼앗는다는 목표 아래 13일 소씨부부를 납치살해, 시체를 소각하는등 4차례에 5명을 살해한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화산마을 두목 김의 집에 시체소각로까지 갖춘 비밀아지트를 두고 전국을 무대로 범행한 점으로 미뤄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범인들에게서 7∼8건의 사건이 더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 사건 제보자 이모양(27)의 진술을 근거로 범인들의 행적이 분명치않은 지난해 8월이후 13개월동안의 행적을 집중 추궁중이다.
경찰은 21일 하오 영광군 범행아지트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으며, 조직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살해암매장한 조직원 송봉우(20·영광군 불갑면)의 시체를 불갑면 불갑산 기슭에서 발굴했다.
경찰에 의하면 강등 5명은 이달 13일 하오5시께 경기 성남시 남서울공동묘지에서 벌초하던 소씨부부를 가스총으로 쏴 아지트로 납치했다. 다음날 소씨에게 현금 8천만원을 가져오도록 회사직원 심성수씨에게 전화를 걸게 해 소씨가 광주에서 건네받은 돈을 빼앗고 15일 소씨는 공기총으로, 부인 박미자씨는 손도끼로 살해했다. 이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체를 토막내 아지트 지하 소각장에서 불태웠다.
이들은 또 8일 상오3시 경기 양평군 양수리에서 그랜저승용차를 몰고가던 이종원씨(36·밴드마스터)와 이양을 자신들의 르망승용차와 포터화물차로 가로막고 가스총을 쏴 아지트로 끌고가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씨가 능력이 없음을 알고 이씨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워 살해,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국도변 계곡에 시체를 밀어 떨어뜨려 교통사고로 위장처리했다.
범인들은 함께 납치한 이양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소씨를 살해할 때 이양에게 공기총 방아쇠 당기기를 강요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동료 송봉우를 살해하기 한달전 충남 논산군 두계역부근에서 23세가량의 여자를 납치해 윤간한 뒤 살해, 부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7월초 서울 모백화점에서 상품을 다량 구입한 고객1백50명의 명단을 확보해두고 범행대상을 물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들은 납치됐다가 15일 탈출한 이양의 제보로 붙잡혔다. 경찰은 이양이 탈출하면서 갖고 온 강동은의 무선전화번호를 추적, 19일 범인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22일 범인 강등이 이씨를 살해한뒤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이씨 시체와 승용차를 계곡으로 굴린 전북 장수군등지에 2차 현장검증을 실시한다.
구속된 일당은 다음과 같다. ▲강동은 ▲김현양(22·영광읍 단주리) ▲강문섭(20·충남 논산군 연무읍 안신2동) ▲문상록(23·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강1동) ▲백병옥(20·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정덕상·송두영·장학만기자】
◎지존파 일문일답/“오렌지야타족들 못죽여 한”/“불공평한 사회에 복수” 버젓이 답변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사회에 복수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그들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불공평한 우리 사회가 호의호식하며 살아온 자들에게 내리는 벌이다』
지존파 일당이 거리낌 없이 내뱉은 범행동기다.
범인들은 『다음 살해대상은 서울 강남에 있는 백화점을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사람들과 「오렌지족」 「야타족」들이었는데 죽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동대장 강동은과의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지존파는 언제 결성했으며 결성이유는.
『두목 김기환이가 내가 다니던 공장으로 찾아와 같이 일하면서 살자고 해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1∼2명씩 포섭해 지난해 7월 5명으로 결성했다. 우리만 못살고 굶주려야 하는 불공평한 사회가 싫어 부자에게 돈을 뺏어 한번 잘 살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범행대상은 어떻게 골랐나.
『그랜저승용차를 탄 사람을 대상으로 삼았다. 뒤쫓아가 집을 알아두고 신원을 파악한뒤 바로 실행에 옮겼다』
―살해는 어떻게 했나. 꼭 죽여야만 했나.
『지하실에서 동료중 하나가 살해를 담당했다. 죽일때는 가장 고통없이 보내기 위해 주로 공기총으로 머리를 겨냥해 단 한발로 죽을 수 있도록 했다. 완전범죄를 위해 죽였다』
―담력훈련을 위해 인육도 먹었다는데.
『그런적 없다』
그러나 강의 말과는 달리 현장검증뒤 가진 일문일답에서 공범 김현양은 『인육을 먹었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김은 검거직후 있은 일문일답에서 『양심의 가책은 있지만 오는 29일 출소할 예정인 지존(김기환)과 함께 10억원을 마련해 외국으로 나가려했다』고 말했다.【염영남기자】
◎제보 이양 처벌은/생명위협에 범행가담… 면책/형법상 「강요된 행위」「긴급피난」해당
살인조직 「지존파」사건의 제보자 이모양(27)의 범죄가담 책임문제가 관심을 끈다.
경찰수사결과 지존파 일당 검거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이양은 납치후 범인들의 협박과 강요를 못이겨 살인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양은 범인들이 소윤오씨(42)를 살해할 때 강요를 못이겨 공기총을 직접 발사했다. 또 범인들이 함께 납치된 애인 이종원씨(36)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질식사시킬때도 협박때문에 이씨의 목을 잡는등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러나 이양이 ▲감금된 상태에서 윤간까지 당해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었고 ▲여자 혼자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전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등을 들어 형법상 면책사유인 「강요된 행위」 또는 「긴급피난행위」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형법 제12조, 제22조는 각각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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