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간이기를 거부한 살인집단(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살인집단(사설)

입력
1994.09.22 00:00
0 0

 이런 범죄행각을 일컬어 차라리 「악마적」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사람이면서 사람이기를 거부할 정도로 무한정 비뚤어지고 이지러진 잘못된 인성과 그로 말미암은 엽기적 연쇄살인범죄 앞에서 누구나 할말을 잃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이런 범죄를 한마디로 손쉽게 누구탓으로만 돌리기가 어렵겠다는 생각도 아울러 치민다. 흔히 물질만능·윤리부재·부의편중·소외계층의 증오감 폭발등등으로 쉽사리 그 원인을 꼽기도 하겠지만 사람은 어떤 경우가 닥쳐도 어디까지나 사람일 따름인데 이처럼 사람의 한계를 벗어나 악마의 짓으로 밖에는 표현할 길이 막막한 짓을 감히 어떻게 항변하겠다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경찰에 잡힌 「지존파」살인집단들이 내뱉은 원망과 저주를 우리는 도저히 받아 줄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그들 젊은이들뿐이 결코 아닐진대 누가 누구를 탓하고 어떻게 남의 목숨마저 마음대로 끊을 수가 있다는 것일까. 또 그처럼 젊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열심히 땀흘려 일해보지도 않은채 손쉬운 삶의 자포자기적 유혹에 빠져버린 그들이고 보면 어느 누구라도 쉽사리 구제해 줄 수 있는 길이란 없겠다는 생각도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돌연변이적 「악마형범죄」란 우리사회의 치안을 담당한 당국과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함께 그 책임을 나눠지면서 아울러 대처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막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 그런 끔찍한 범행수법을 타고난 것이 아닐진대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사람을 실습삼아 죽이고, 인육을 씹을 수 있으며, 동료나 무고한 행인을 죽이고 「살인공장」에서 소각마저 할 수 있기에 이르렀는지에도 생각이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1차적 책임이야 분명히 범인들 스스로에게 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범행자체가 여러차례 노출되어 있었을 뿐아니라 살해·화장된 소씨부부의 피랍사실을 알고 8천만원의 큰 돈을 건네준 직원이 있었고, 경찰에도 그동안 범죄가 신고되어 있었으며, 범인들의 아지트가 민가밀집지역에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번의 악마적 연쇄살인사건을 앞질러 막고 적발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여러차례 있었다.

 비록 간접적이긴하나 앞서 지적한 잘못된 사회풍조와 병리현상에도 물론 또다른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범인일당과 같은 못배운 전과경력의 낙오자를 교도·수용할 수 있는 장치를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무분별한 젊은이들이 쉽사리 모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과 영상매체들을 방치해온 죄값도 어찌 없다 할 것인가.

 바야흐로 오늘의 세상은 인성을 벗어난 온갖 끔찍한 일도 이처럼 태연히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혼탁해졌다. 그래서 개인과 가정·학교및 사회교육의 강화와 함께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정책적 장치라도 하루빨리 마련해 나가야겠다. 그리고 오늘의 허술한 범죄예방및 강력범 퇴치공조체제도 하루빨리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