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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건 민주주의와 빵”/아이티사태 정진석특파원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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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건 민주주의와 빵”/아이티사태 정진석특파원 르포

입력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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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독재청산” 곳곳서 시위/미 헬기 선무방송 요란… 군부세력 위축 미국과 아이티 군사정부가 아이티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한 18일(현지시간) 이후에도 아이티 전역의 혼란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조금씩 호전돼 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군병력들이 19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입성한 이후 각지에 속속 배치되고 있는 가운데 기세등등했던 아이티 무장병력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긴장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이티에서 외부세계와 통하는 유일한 관문인 도미니카 접경지역의 히마니지역도 전과 같은 철통같은 경비속에 아이티로 들어가려는 보도진들이 수백명 대기하고 있다. 탈출러시를 빚던 합의이전보다 피란사태는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피란 나온 아이티인들은 『아이티 곳곳에서 평화협상을 둘러싼 소요가 그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군 진주 이틀째인 20일에는 아이티 경찰이 미군들이 보는 앞에서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 이 과정에서 한 시민을 구타·살해해 아이티의 혼란상태가 단시간내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사건은 군사 쿠데타로 축출된 민선대통령 장베르트랑 아리스티드의 지지자 수천명이 포르토프랭스 해변으로 몰려와 미군 상륙을 환영하며 군정반대 구호를 외치는 시위도중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최루탄과 공포를 발사하며 이들을 무차별 구타했으며 한 시민이 곤봉과 소총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미군병사들은 상부로부터 시위사태에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폭력진압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란나온 아이티인들에 의하면 협상이 타결된 18일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현군부퇴진결정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기관총을 난사하는등 소란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19일부터 선무방송에 나선 미군헬기들의 요란한 비행음이 아침 정적을 깨뜨리면서 이들의 기세도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반면 아리스티드지지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군부 지도자들의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서는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대부분의 아이티인들은 미군의 진주를 반기는 분위기이며 미해병대가 상륙할 때는 열광적인 환영을 했다. 이들은 「세드라스 고」(세드라스 퇴진) 와 「데모크라시 예스」(민주주의를 원한다)를 연발하며 3년간 찌든 독재 청산을 기원했다.

 미국무부에 의하면 19일 처음 투입된 미군 1진등 3천여명은 공항과 미대사관 경비외에 군부잔존세력들에 대한 테러등 폭동에 대비한 치안유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틀째인 20일에는 해병대원 약 1천8백명이 제2의 도시 캅 아이시앵에 도착, 공항 및 항만등 주요시설을 접수했으며 이날까지 미군 6천명이 아이티에 진주했다.

 한편 현지방송과 신문등은 군부지도자 세드라스측이 권력이양에 협조적이어서 모든 상황이 예정대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피란민들도 상점이나 관공서 은행들이 미군진주 이후 대부분 정상업무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군진주 이후 피란나온 아이티인들은 『미해병대원들이 분승한 스리쿼터가 3∼4대씩 거리를 질주하고 있으며 시궁창과 다름없던 포르토프랭스항 제1부두에도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말해 상황이 다소 나아졌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피란민들은 『미군진주를 바라보는 아이티인들의 태도는 첫날의 열광적인 환영의 빛이 사라지고 체념상태로 되돌아간 느낌』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세드라스도, 아리스티도도 미군도 아닌 민주주의와 빵』이라고 강조했다.【히마니(아이티 접경)=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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