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슬로건… 분쟁방지 총력/NPT연장·평화유지활동 논란 3개월간의 회기로 20일(현지시간) 개막된 제49차 유엔총회의 슬로건은 「개발」이다.
지난해 제48차 총회가「평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것과 비교할 때 올 총회의 슬로건은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의 변화하는 성격을 단적으로 시사한다. 이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세계각지의 지역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빈곤, 환경의 문제해결과 민주주의의 신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소련붕괴이후 냉전구조의 종식은 적대적 국제관계를 완화시키고 평화를 증진시킬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기대였으나 오히려 국지적 분쟁이 더욱 심화된게 그간의 현실이다. 이에따라 국제질서유지를 위한 유엔의 역할과 기능은 전례없이 절실하게 부각되고 있다.
유엔이 이번 총회에서 개발문제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 것은 유엔의 활동과 역할에 큰 변화를 의미한다. 세계각국 정상이 내년 3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사회개발 정상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유엔은 「개발을 위한 과제」를 금년도 총회의 주제로 선정, 지난 5월 관계보고서를 마련한데 이어 6월에는 청문회를 개최했으며 이번 총회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집중적으로 토의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유엔이 개발을 위한 주체로서 실효성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개발문제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항상 이해가 상충돼 왔기 때문이다. 개발의 우선순위와 기준, 그리고 환경문제에 있어서 개도국에 강화될 규제조건을 놓고 벌이게 될 토의과정에서 선·후진국간의 합의를 도출시킬 수 있는가의 여부가 관심거리다.
이번 총회에선 평화유지활동에 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전망이다. 유엔 평화유지활동과 관련해 현재 18개 분쟁지역에 유엔군등 관련 종사자 7만5천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반면 평화유지활동의 효율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문제가 제기돼온게 사실이다. 유엔이 모든 분쟁사태에 무조건 개입해야 하는가, 개입할 경우 설정돼야 할 적정목표는 무엇인가등에 대한 논쟁이 총회기간에 뜨겁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급증추세에 있는 소요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유엔이 당면한 큰 어려움중 하나이다.
안보리체제를 비롯한 유엔의 현행 운영방식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문제도 이번 총회에서 주요 과제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회원국이 창설당시보다 3배나 늘어났으나 주요 의사결정방식과 운영은 냉전시대의 산물 그대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이사국체제 및 거부권문제, 총회와 안보리의 권한 재조정문제를 둘러싸고 회원국간의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연장문제와 아이티, 보스니아사태 및 중동정세등 지역분쟁, 인권·환경문제등도 비중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유엔분담금의 미납문제, 비능률적인 예산집행, 평화유지활동의 급증등으로 인한 재정위기등 유엔이 안고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은 이번총회를 통해서도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지배적 견해다.
우리나라는 이번총회에서 북한 핵문제를 포함, 한반도 안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펴는 한편 96년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진출을 위한 환경조성에 집중적으로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승주외무장관은 이번 총회기간중 20여개국의 외무장관과 연쇄회담을 갖고 지지확산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유엔본부=조재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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