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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이대론 안된다/「지존파」엽기살인 “반인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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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이대론 안된다/「지존파」엽기살인 “반인륜 충격”

입력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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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만능 확산속 범죄속출/「건전사회」실현 모두나서야 인간이 어떻게 그토록 잔인하고 극악할 수 있을까. 농촌마을에 「살인공장」을 차려 시체소각장까지 만들어 놓고 1년여동안 납치·살인극을 자행해온 지존파일당의 악마적 범죄는 국민들을 전율케한다.

 이웃에 살인마들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20일부터 전남 영광군 불갑면 금계리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사람을 살해하고 소각하는 시설이 마을에 있었는데도 까맣게 몰랐던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 당혹감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며칠전 「살인공장」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던 날 범인들은 주민들에게 돼지고기를 돌렸었다. 그것이 시체를 태운 사실을 위장하려고 구운 고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은 몸서리를 치고 있다.

 영광주민들이 이웃에 있었던 살인조직의 실체를 몰랐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과거의 살인범들과 전혀 다른 신종살인집단이 전국을 누비며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러온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엽기적 살인사건이나 인천북구청 거액 세금횡령사건처럼 갖가지 병리현상이 복합된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지존파사건은 「가진 자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이 범행동기였다. 범인들은 불우한 환경과 가난한 처지를 비관하다가 「돈많은 자를 저주했다. 이들은 목표액 10억원을 강취한다」는 행동강령까지 만들었다. 빗나간 사회저주와 증오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악마적 범행으로 이어졌다. 무고한 사람을 납치·살해해 토막내고 인육에 입을 대는등 인간이 아니라 짐승임을 보여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본격적인 범죄행각에 앞서 젊은 여성을 납치, 집단성폭행하고 목졸라 살해하는 실습까지 한뒤 인근 야산에 암매장하는가 하면 납치해온 여인에게 애인을 살해하도록 강요한 그들은 검거된 뒤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이같은 인명경시풍조는 이미 박한상군의 부모살해사건에서 극명하게 노출됐었다. 물질적 풍요속에 내팽개쳐진채 정신의 황폐를 극복하지 못했던 박군은 돈 때문에 패륜범죄를 저질렀다. 대화가 실종된 가정과 무관심, 황금만능주의, 입시위주의 잘못된 교육은 인성마저 파괴, 엽기적 범행을 저지르게 했다. 지난 8월 내연의 여인과 딸을 살해하고 시체를 토막내 암매장한 성락주씨(43)도 『거액의 재산이 탐나서』라고 범행동기를 태연히 진술했었다.

 인천북구청 세금비리사건도 따지고 보면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에 다름아니다. 사회 지도층과 일부 부유층이 자신의 배를 불리는데 급급해 성실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간접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을 저지르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반사회적 성격의 소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금풍조와 빈부격차등이 빚은 사회병리현상의 결정판이라고 할만한 지존파사건은 어떻게 해야 이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건전한 사회를 이루어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단시일내에 즉효를 내는 대책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다시 한번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국가차원의 인간교육 강화등을 강조하고 있다. 건전한 가정과 인간존엄의 가치관을 회복하고 경제정의의 실현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관련기사4·5·27∼31면> 【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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