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소생 계기로” 일단 호평/“정부에 할말많지만 그만두겠다” 여운 방미중인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은 카터전미국대통령의 재방북의사표명과 관련,『아주 잘된일』이라고 반겼다. 김이사장은 카터전대통령이 김영삼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사실이 보도된 18일(한국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카터의 재방북은 남북관계진전을 위한 매우 희망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이사장은『이미 카터전대통령이 김일성주석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의 틀을 짜놓았고 김정일은 이를 계승할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두 사람의 만남은 정상회담을 소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김이사장은 23일로 예정된 카터전대통령과의 면담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자제했다. 김이사장은 『이번에는 구체적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라면서 정작 그 내용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보자』며 말을 아꼈다. 『카터전대통령에게 재방북요청을 포함,한반도문제해결을 위한 김이사장의 구상이 전달될 것』이라던 출국전의 설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졌다. 김이사장을 수행한 재단관계자들도 『대단히 민감한 문제』라며 『김이사장은 카터전대통령이 재방북을 결심할 경우에 한해 참작할수 있도록 자신의 의견을 전달해보자는 생각』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카터면담」은 분명 이번 방미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중 하나였다. 김이사장은 카터전대통령에게 재방북을 요청,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외길」이라고 믿고 있는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내려했다는 것이 주변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김대통령과 카터와의「직거래」로 김이사장은 자신의 계획을 손질해야하는 입장에 처했다. 더욱이 한승수대사가 김이사장보다 한발 앞서 카터에게 김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등 양측의 대화가 급진전되는 분위기여서 김이사장의「역할」은 더욱 축소되는 인상이다. 김대통령이 직접 나선 이상 카터전대통령의 재방북은 물론 클린턴대통령의 중재로 미국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도록 하는 방안등 자신의 생각을 펴는데도 전보다 조심스런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내색은 안하지만 김이사장 주변에서는 당혹감과 허탈감이 감지되고 있다. 한 측근은『카터전대통령의 서한발송사실을 이곳에서 신문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카터전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사전통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시기와 장소의 미묘함을 감안할때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그만 두겠다』고 말해「카터카드」의 활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김대통령의 또다른「의도」에 일말의 의혹을 갖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방미의미가 반감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은 김이사장이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워싱턴=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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