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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북구청 비리」 날카로운 지적/이민웅(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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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북구청 비리」 날카로운 지적/이민웅(나의 지면평)

입력
199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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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기사·일목요연한 도표 돋보여/기획물 운용 다소 경직된듯해 아쉬움 인천 북구청의 세금횡령사건을 보면 그저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규모가 놀랍고 수법의 원시성과 대담성이 놀랍고, 그럼에도 그토록 오랫동안 견딜 수 있었던 것이 놀랍다. 들통만 나지 않았을 따름이지 다른 지역도 비슷할 것이라는 제도적 허술함도 놀랍다. 

 그 뿐만 아니라 언론이 보도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큰 일이 난 줄 알고 허둥대는 김정부의 면밀성 부족에 비추어 이렇게 허술한 국정분야가 한두 곳일까 생각하면 억장이 내려앉는 느낌마저 든다.

 어떻든 이 문제에 관한 한국일보의 기사처리는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우선 기사가 자세하면서도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15일자 30면에 보도한 「구청의 취득세 수납체계및 횡령과정」에 대한 도표는 횡령수법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주고 있어 사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31면의 주범격인 안씨의 엄청난 재산내역에 관한 기사도 착안이 좋았을 뿐더러 다른 신문에 비해 빨랐다. 

 15일자 사설이 이 사건을 「국사범」으로 규정한 것도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라 전체가 그러한 범죄의 위험속에 놓여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16일자 사설에서 정부대책의 고식성을 경계한 「올바른 대책방향」도 공감이 간다. 같은 날 2면의 「공직자들의 마음」도 대다수 양심적인 공직자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착잡한 심정을 사례를 통해 실감나게 보도하고 있어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타나는 우리언론의 고질인 「소나기식」일방보도의 위험성을 경계한 기사로서 좋았다.

 다만 16일자 1면 머리로 보도한 「공직자 비리관련 증식재산 몰수」에 관한 기사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당일에 해설로 쟁점을 짚고 넘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14일자 10면의 「원화 거품절상 심각」 제하의 해설도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해외자본의 대량유입으로 일어나고 있는 원화가치절상의 불건전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어 문외한이 문제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한국일보는 단순한 읽을거리 수준을 넘는 의미있는 기획물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물의 운용이 다소 경직되어 있다거나 안이하게 처리되고 있는 느낌도 받는다. 예컨대 지난주만 해도 「유럽리포트」의 경우 6면에 걸쳐 독자에게 읽기를 강요하고 있다.

 하나 하나 좋은 기사들을 한꺼번에 포식시키는 것은 기사의 가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부담을 준다. 독자를 위주로 한 보다 유연한 편집을 당부한다.

 기획연재물 「청와대」도 담당기자의 유려한 필치와 짜임새있는 구성력이 돋보여 장문의 기사를 읽는데도 거의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나, 새로운 사실의 발굴이나 그것을 토대로 한 새로운 시각의 제시없이 그동안 알려질만큼 알려졌던 사실을 단순히 재구성하고 있는듯한 안이함이 엿보인다. 특히 「후계자」시리즈가 그랬다.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이런 유의 연재물을 즐겨읽는 독자가 의외로 많다.신문의 실질적인 주인은 독자이다. 독자없는 신문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문제작의 전 과정을 독자의 입장에서 재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일보 창간호 사설이 밝히고 있는 「상업신문」의 진정한 의미는 상업적 이윤추구에 치중하는 신문이 아니라 독자에게 충실한 신문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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