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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주가… 실물경제보다 과속/자금시장에 「거품」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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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주가… 실물경제보다 과속/자금시장에 「거품」 현상

입력
199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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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행들 단기 돈놀이가 발단/과소비·부동산투기 등 우려 자금시장에 거품이 일고 있다.

 연 13%를 크게 넘은 금리, 1000포인트를 넘어선 주가―. 경기가 좋고 생산·소비가 왕성하다보니 지표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속도와 수준을 관찰해보면 실물경제흐름과는 동떨어진 양상이다. 이같은 실물시장과 자금시장의 괴리, 즉 심상치않은 거품이 금융권일각에서 생성돼 조금씩 국민경제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 실세금리(회사채유통수익률)는 연 13.8%로 7월말보다 1%포인트이상 높아졌고 종합주가지수도 1000포인트를 넘어 70포인트나 급등했다. 호경기에 걸맞는 수준이지만 문제는 불과 1∼2개월의 극히 짧은 시간동안 급상승했다는 점이다. 하반기경기가 상반기보다 특별히 나은게 없고 설비투자증가율 제조업가동률등 실물지표들은 오히려 하향세에 있다. 한달여만에 금리와 주가를 이처럼 끌어올릴만한 자금수요폭증이나 증시호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 확실한 거품의 징후다. 한국은행도 『현재의 통화공급으로는 8%성장에 부족함이 없다』며 『그러나 거품조짐은 조금씩 발견되고 있고 발단은 자금시장주체인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행태』라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현재의 긴축기조가 상당기간 계속되리라는 판단에서 돈을 불확실하게 장기적으로 굴리기(일반대출 회사채매입)보다는 단기운용(당좌대출 주식투자 콜자금운용)에 치중하고 있다. 장기금융기관인 은행이 단기 돈놀이에 매달리는한 실세금리는 치솟고 중소기업들은 돈의 갈증을 느낄수 밖에 없다.

 호경기로 돈이 남아도는 대기업들도 금융권을 헤집고 다닌다. 은행신탁(연 11.2%) 투신(공사채형 연 12.8%)에서 돈을 빼내거나 당좌대출을 받아 투금(기업어음 연 16.3%)으로 옮기고 주식에 투자하는 전형적 재테크를 계속하고 있다. 돈을 한푼이라도 끌어모아야 할 금융기관들로선 고금리경쟁을 하지않을수 없다. 공장을 돌리려고 자금수요가 일어 금리가 높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주식시장도 다를바 없다. 「종합주가지수 1000, 체감지수 500」이란 표현처럼 최근 증시열기는 고가블루칩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이 불을 지른 것이다. 종합주가지수 1000돌파에도 불구, 고객예탁금이 850때(3월말)의 3조1천억원대에도 못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주식시장이 개미군단(소액개인투자자)의 폭넓은 호응이 아닌 일부 큰손(금융기관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그 과실이 독점되고 있음을 뜻한다. 소액투자자들의 외면과 상대적 희생이 깔린, 알맹이없는 거품형 증시임이 분명하다.

 물론 거품이 일고 있는 곳은 아직 금융시장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자금시장, 나아가 전실물경제로 확산될 소지는 충분하다. 진원지가 바로 경제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자금수요없이 높아진 돈값은 결국 생산활동위축과 가계소비심리만 조장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차례 검증된 경험이고 화려한 주가지수만 믿고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뛰어들다가 빚만지는 상황도 배제할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부동산투기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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