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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무원상(사설)

입력
199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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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북구청 세무부정 사건은 단순한 뇌물이나 독직사건이 아니다. 이번의 행태는 국가를 상대로 금전을 탈취한 중대한 범죄이며 국가의 기본적 권능을 부정하는 반국가행위다. 우리의 공직사회 안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공직관에 중요한 결함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그의 「목민심서」에서 「청결(청렴과 결백)은 목민관의 본무이며, 만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고 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공무원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지식중시, 문화중시, 환경중시의 세계적 풍조 속에서 60∼70년대의 개발주의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공직자는 발전에 장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구분 역시 불확실해져가고 있다. 그만큼 기업가형 정부가 강조되며, 군림하기 보다는 서비스하는 공직자로의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같이 세계적 조류에 따라 공무원상의 변화가 절실한 부분이 있는 반면 시대의 흐름과 관계없이 공직자가 갖추어야 하는 품격이 있다. 다산 선생이 말한 바의 청렴의식과 공복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작년 김영삼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정부패의 척결을 국정의 제일목표로 설정한 것은 도약의 근간이 되는 사회적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것이었다. 그러나 일시적 사정작업이 구조적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에 미흡했던 것은 정책이 종합적으로 집행되지 못한데에 있었다. 사정작업과 더불어 제도와 의식의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행정개혁을 비롯한 제도개혁과 공무원의 청렴과 품위유지를 위한 의식개혁은 미흡한 수준에 머물렀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공복으로서의 직업의식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관료중심국가라는 일본에서 우리 공무원이 배워야 할 점은 시장에 개입하는 타성이 아니라 「우리가 일본을 이끌어간다」는 투철한 공복의식일 것이다.

 공직자는 세계의 흐름을 바로 읽고 변화의 주체가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수많은 판단을 내려야 하는 공직자층이 뚜렷한 선진국관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형 선진국」이 어떠한 모습을 띠고 있는지 분명한 목표를 정할 수 있다면 올바른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공무원 스스로 선진국 공무원들과 불가피하게 경쟁하여 이길 수밖에 없음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공무원상을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품위유지를 위한 적절한 처우와 더불어 창의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인사상의 혜택을 주고 눈치나 살피는 「사람좋은 상급자」들을 도태시킴으로써 공무원의 청렴의식과 공복의식 및 비전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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