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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사회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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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사회학(사설)

입력
199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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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이하여 민족의 대이동이 진행중에 있다. 우리의 명절은 예부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의식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농경문화에서 절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기점에서, 혹은 한해의 농사를 마치고 난 직후에, 명절은 새로운 생산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중요한 레크리에이션 장을 제공해 온 것이다.

 또한 명절은 혈연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의 정체감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였다. 자손을 있게 한 조상을 추모하는 여러 의식을 통하여 한핏줄임을 확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산업사회속에서 고속도로를 꽉 메우는 명절찾기는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현대인의 심성과 일치하지 않는 농경문화의 유습이다. 그러나 무작정 명절날 귀성을 억제하자는 주장은 적절하지 못하다.

 우리보다 훨씬 산업사회의 역사가 깊은 선진제국에서도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때의 고향찾기는 인상깊다. 매우 개인주의적이고 때로는 계산적이기도 한 생활에 익숙해진 그들도 도시생활에서 잃어버린 공동체를 되찾으면서 자신의 정체감을 확인하는데는 열심인 것이다.

 다만 우리의 귀성전쟁과 더불어 우리사회의 발전과정에 대한 반성과 그 시정점을 발견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첫째로, 우리의 근로관행과 귀성전쟁은 깊은 관련성이 있다. 한국인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동안 일하는 민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위시간동안의 생산실적은 서진국과 여타 경쟁국들에 비해볼 때 높지 못하다. 전쟁을 치러가면서도 귀성하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안식과 활력을 되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순전히 휴가대용기간으로 명절을 이용하는 탈도시의 행렬들이 귀성길을 더욱 막히게 한다. 우리에게는 명절과 공휴일등 전체적으로 동시에 행하는 휴일은 많으나 개별휴가시간이 부족하다. 단위 시간당 노동을 집약화하여 생산성을 올리는 대신 전체노동일수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 볼 때다.

 둘째로, 귀성과 귀가의 방향이 일방성임이 말해 주듯이 국토의 불균형발전이 큰 문제다. 선진국에서도 교통량이 폭증하나 우리처럼 고속도로의 한방향만 가득차고 다른 방향은 텅빈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셋째로, 출신지역을 멀리 떠나 타향에서 자리잡고 사는 사람의 비율이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방자치시대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각지방을 지키고 가꿀 수준높은 참일꾼의 숫자는 지방마다 태부족한 상태다. 해마다 명절때면 치르는 귀성전쟁이 완화되고 정상화하기 위하여는 의식을 위하여 일시귀향하는 인구보다 고향에 튼튼히 자리잡으면서도 안목과 비전을 갖춘 인재의 층이 두터워져야 하는 것이다.

 명절을 지키고 공동체를 확인해 가는 우리의 고유관습을 이어가면서도 우리나라에 유독 심각한 귀성전쟁을 완화하는 길은 우리사회의 전체적인 발전방식을 바르게 선택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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