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북구청사건이 터진 뒤 우리사회는 대통령으로부터 온 국민에 이르기까지 분노와 고뇌의 울적한 한주일을 보냈다. 온 나라를 이처럼 시름에 잠기게 만든 이번 사건의 의미를 지금 단계에서 다시 한번 모두가 냉철히 분석해보는 것도 사건의 올바른 수습과 극복을 위해 퍽 유익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 우리가 그처럼 분노·고뇌했는가부터 정리해 보자.
먼저 거대한 관료조직의 잇단 반역부터 그 이유로 꼽아야겠다. 국민들의 공복이라면서 개혁·사정의 시대 흐름을 여전히 외면한채 복지불동도 모자라 세금의 무차별 가로채기까지 불사했다. 거기에다 그처럼 거대한 조직이 자정능력까지 잃고있음도 함께 드러났다.
그 많은 사정·감사기관이나 감독자가 있었는데도 범행적발에 무능, 결국은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우연히 꼬투리가 잡혔다는 사실이 더욱 국민적 분노를 증폭시켰던 것이다.
중단없는 개혁과 사정을 통해 새한국을 건설할 것을 정권출범의 주춧돌로 삼았던 문민정권의 체면과 낭패감이야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그뿐 아니라 그동안 우리 모두가 준비해온 본격적 지방자치시대로의 진입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기에 이르렀음도 부인키 어려워지는 것이다.
중앙에 있는 감사·감독부서의 통제·장악기능이 지나칠 정도로 발휘되기에 오히려 비민주적 행정행태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오늘의 중앙집중식 행정체제에서조차 지방세정이 그 지경이었을진대, 고도의 자율·자정능력을 전제로 할 때라야 비로소 가능한 지방자치제의 온전한 출범을 과연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따져 봐도 지금 당장 지방세정에 대한 전산화부터 완비하지 않고서는 국민을 납득시키고 지방자치제를 마음놓고 추진하는게 거북스럽게만 여겨지고 있는것이 엄연한 현실이라 하겠다.
이런 저런 의미를 꿰뚫고 있기에 대통령도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제2의 개혁사정을 펴라고 연일 지시하기에 이르렀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층부의 의지나 국민적 분노의 강도에 비춰 보면 행정기관이나 공직사회 스스로의 반성자세가 어쩐지 소홀하게만 여겨진다. 사실 그런 사건이 터졌으면 전국의 각 행정기관들이 일제히 철저한 자체확인조사부터 나서야하는 법인데, 들리는 건 몇군데 지역에서 표본적으로 조사한다는 소리뿐이다. 그리고 더딘 수사진척에도 뒷말이 따르고 있다.
위에서만 펄쩍펄쩍 뛰어봐야 뭣하는가. 재산몰수, 계좌추적, 연대문책등 초강경대책이 터져 나올수록 스스로 적발·개선에 나서기는 커녕 당장의 벼락부터 피해보자는 또다른 복지불동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행정기관들과 공직사회가 너무나 걱정스럽다. 그래서 제2의 개혁사정에 앞서 공직사회의 분발과 자정부터 촉구해마지 않는다. 그것 없이는 온갖 특별대책도 소용이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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