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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장·정착금조건 망명”/미·아이티군부 막후협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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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장·정착금조건 망명”/미·아이티군부 막후협상 시나리오

입력
199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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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고려 파나마 권할듯/타협실패 침공땐 도미니카 피신전망 지미 카터전대통령등 미국특사의 아이티방문으로 라울 세드라스장군등 아이티군부 실력자들이 자진 퇴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밤까지만해도 외교적 노력은 끝났다며 아이티침공을 강행하려던 미국이 불과 하루만에 특사파견을 발표한 것은 그동안 진행돼온 아이티군부와의 막후거래가 상당히 진전됐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거듭된 퇴진경고에도 완강히 저항해오던 아이티군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5일 밤 클린턴대통령의 대국민연설 때부터다. 군부실력자들은 미국이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을 계기로 더욱 목을 죄어오자 일단 신변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의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인 15일 저녁 집권 3인방의 하나인 미셀 프랑수아포르토프랭스경찰국장이 부인과 자식들을 인접국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피신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행정부 관리들도 이같은 보도를 확인하면서 프랑수아국장이 세드라스장군 및 비암비육참총장등과의 동반퇴진 용의를 표명했다는 루머까지 흘렸다.

 미행정부는 아직도 표면상으로는 아이티군부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떠나느냐의 문제만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터일행의 파견에 앞서 이미 아이티군부의 퇴진절차에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루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측통들에 의하면 카터일행은 늦어도 17일중으로 세드라스장군등과 만나 퇴진의사를 타진한다. 미국은 이들에게 제3국 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상당액수의 정착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할 방침이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현아이티군부 지도자들은 2∼3일간 시간을 갖고 신변을 정리한뒤 카터등과 함께 미국이 제공한 항공편으로 포르토프랭스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들에게 제공할 망명처는 파나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마는 노리에가정권의 퇴진이후 가장 확실한 친미정권인 에르네스토 페레스 바야다레스정권이 들어서 있어 세드라스등 망명자들의 사후관리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드라스는 아이티잔류를 조건으로 권좌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아리스티드가 복귀한뒤 그들이 언제 다시 쿠데타를 꾀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그같은 제의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협상이 실패로 끝나 미국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세드라스세력은 일단 육로로 피신할 것으로 보인다. 세드라스는 15일 CBS방송과의 회견에서 『나는 국민들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지만 미군이 상륙할 경우 세드라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접경인 히마니를 거쳐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탈출했다가 제3국으로 망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평화적해결 마지막수순/미 협상단 파견 침공 「명분쌓기용」 분석도

 아이티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이 지미 카터전대통령등을 파견, 아이티 군부지도부와 협상에 나서 평화적 해결에 한가닥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항공모함까지 출동시킨 미국이 카터전대통령외에 샘 넌상원군사위원장, 콜린 파월전합참의장등 협상단을 보낸 것은 침공에 앞서 마지막까지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는 「명분쌓기」라고 볼 수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번 침공작전에 대해 국내외서 반대여론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협상단의 아이티행은 그간 양국간 막후거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뉴욕타임스등 일부 언론은 미행정부와 아이티 군부실력자들이 막후교섭을 통해 군부퇴진 문제를 논의해왔으며 단지 조건이 맞지 않아 침공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윌리엄 페리미국방장관도 16일 처음으로 아이티 군부지도자들과 막후대화를 해왔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번 협상은 주초로 임박한 미군침공을 배수진으로 한 최종 담판이기 때문에 타결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이티군부지도자 라울 세드라스장군도 클린턴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최후통첩을 보내자 『차라리 국민들과 함께 죽겠다』고 항전을 다짐하면서도 『유혈사태를 막을 희망도 남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세드라스장군으로서는 불과 7천명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미국에 맞설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퇴진을 위한 최소한의 모양새만 갖춰지면 모종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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