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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피난 수도엔 거지·경찰뿐/아이티국경 정진석특파원 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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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피난 수도엔 거지·경찰뿐/아이티국경 정진석특파원 현지르포

입력
199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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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 불안감확산… 사병차출된 친척 안부걱정/“평화해결” 소망… 카터중재기대/정권붕괴땐 “피의보복” 우려도 아이티로 통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접경지역 히마니의 17일 아침. 이곳이 아이티로 들어가는 5개 도미니카공화국관할 국경초소중 유일하게 남은「육상통로」다.

 만일 아이티 군부실력자인 라울 세드라스가 국외로 탈출할 경우, 택할 수 있는 지상통로는 이 곳 뿐이라는게 도미니카공 국경초소에서 경계업무를 서고있는 미군병사의 설명이다.

 아이티 관할 국경검문소로부터 1 떨어진 이곳에는 이미 아이티 난민 텐트촌이 빼곡히 형성돼있다. 미국이 침공을 예고한 수주일전부터 아이티를 속속 빠져나온 이들 난민의 얼굴에는 아직도 불안과 초조감이 역력했다.

 『미국이 수천톤의 폭탄을 포르토프랭스에 쏟아 붓는다고 한다는데…』 『아이티군부가 총동원령을 내려 친척이 육군사병으로 차출됐는데 무사할까요?』 『라울 세드라스는 국외로 도망가지 않을까요?』

 이들 난민들은 어설픈 영어로 이같은 질문을 쉴새없이 던져 오히려 취재기자를 당황케했다.

 지난 14일 다섯명의 가족을 수레에 태우고 간신히 아이티국경을 넘었다는 사뮈엘 데브루씨(35)는 폭풍전야의 적막감이 도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상황을 생생히 전해주었다.

 『미국의 침공소식이 전해진뒤 포르토프랭스는 사실상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웬만한 시민들은 거의 시골로 피난했다. 포르토프랭스에 남은 건 거지와 M1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병력뿐이다』

 포르토프랭스의 한 고등학교 생물교사였다는 데브루씨는 또 『미국의 침공이 성공하더라도 혼란기의 치안유지에 실패할 경우 비참한 유혈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드라스군부가 붕괴될 경우 그간 군부의 폭압과 소수 부유층의 횡포에 시달린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피의 보복」을 하겠다고 벼르고있다』면서 『아이티 민주화를 위해 미국이 침공하더라도 치안유지노력을 소홀히 할 경우 제2의 유혈사태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관광가이드를 했다는 윌레도 폴씨(31)도 『미국의 침공에 따른 내전발발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린턴미대통령이 3년동안 계속된 군부의 잔혹한 독재에 종지부를 찍어준다면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아이티 상황을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활용할 심산으로 전시효과만 노린다면 이는 우리에게 또다른 비극의 씨앗을 남겨줄 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히마니 난민촌에 있는 수천명 아이티인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물론 아이티 정국의 평화적 해결이다.식사시간 이외에는 미군이 나눠준 소형 단파라디오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있는 이들 난민들은 이날  카터전미대통령이 아이티군부와의 평화중재를 위해 포르토프랭스로 들어갈 계획이라는 보도가 전해지자 적지않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뮈엘 비엔느(23)는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않고 조국의 민주화를 되찾고 싶다. 카터전대통령의 중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희구하는 것은 아마 아이티 전국민의 바람일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들 난민들은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아이티군부의 최고 실력자 세드라스가 하루바삐 정권을 포기하고 이 곳 히마니를 통해 국외로 망명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난민들은 집권기간동안 4천명이상을 살해하고 수천명을 강간·고문한 세드라스가 미국의 군사압력에 끝까지 저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있다. 

 전날 이 곳 히마니에 도착한 난민들은 포르토프랭스 외곽에서 군부대 이동이 잦아지고 요새에 경계가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듯 했다.【히마니(아이티 접경지역)=정진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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