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엔고로 몸살을 앓는 일본경제를 지켜보면서 한나라의 돈 가치가 대외적으로 평가절상될 때 그 경제에 주는 어려움을 실감한다. 80년대 중반 「플라자 합의」이후의 엔고유도로 인한 초저금리, 토지가격및 주가가 뜨겁게 달아오른 투자열기, 그런 끝에 90년초부터 시작된 버블경제의 붕괴현상은 부실채권의 누적, 토지·주식등 자산가치의 하락을 몰고왔다. 국제수지는 흑자가 가속화하면서 오히려 투자와 소비가 함께 감소하였고 수입장벽으로 인한 내외가격차의 존재로 엔고와 더불어 경제는 대국이지만 생활은 소국이라는 중산층의 자조적인 푸념, 산업설비의 해외이전에 따른 공동화현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또한 뉴욕, 런던과 더불어 도쿄를 엮는 세계 3대금융센터의 하나가 되고자 했던 야망은 오히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큰 위협을 받게끔 되었다.
○두얼굴의 엔고
미국의 외환전문가인 리처드 쿠씨는 『엔고에는 좋은 엔고도 있고 나쁜 엔고도 있지만 그 관건은 일본의 내외가격차 해소여부에 있다』고 충고한다. 즉, 내외가격차를 그대로 유지하는 무역장벽이 있는 한, 일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제조업은 공동화되어 생산거점은 아시아로 이전되고 국내에는 가장 효율이 낮은 농업이나 유통업만이 남게 된다. 수입은 늘지않아 세계경제는 축소균형을 이루고 이것이 나쁜 엔고의 예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내외가격차를 시정하면 수입이 늘어 세계경제는 확대균형을 이루어 일본 소비자도, 세계경제도 다함께 경제적 후생이 높아지는 좋은 엔고가 된다는 이야기로 자못 흥미있는 충고다. 결국 일본 내수시장의 획기적인 가격파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뼈깎는 극복노력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도 서서히 원고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스위스 IMD보고서에 의하면 국제화부문이나 금융부문은 하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원고의 어려움까지 겹칠때 그 파장이 매우 우려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과거 1달러에 2백50엔대에서 달러당 1백엔대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거뜬히 견디고 결국 그만큼 국제경쟁력을 지켜낸 저력을 과시했던 것이다. 사실 저들은 엔고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종신고용, 연공서열 마저도 과감히 뜯어 고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앞으로 도래할 개방화시대를 맞이하여 극심한 원고를 어떻게 견디어 낼 것인가를 준비해야겠다. 사실 86∼87년 3저호황시 대폭적인 국제수지흑자로 흑자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호들갑을 떨었지만 효율적이고도 장기적인 안목의 대응을 하지 못하고 그후 3저의 퇴조와 함께 나타난 당시의 원고로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경험도 있다.
결국 자생적인 실력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당시의 3저와 같은 외부환경의 일시적 호전에 의한 경기회복은 경제내실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교훈만 얻은 셈이다.
○고부가가치 추구
이제 우리경제의 규모나 우리경제가 처한 국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이 인위적인 원화의 저평가에 의하여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기술개발이나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하여 고부가가치추구에 전력하여야 한다. 이와함께 우리기업도 과거 고도성장시의 블루칼러노동자를 통한 경쟁력강화에 힘써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원고에 의한 가격상승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해야겠다.
이제 우리에게도 과거의 일본 엔고가 강건너 불이 아니다. 그들이 엔고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하여 타산지석으로 삼을 때 원고 극복, 국제경쟁력향상은 물론 산업구조의 고도화도 앞당겨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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