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적들」 통해 마르크스 반기 비판적 합리주의를 창시한 현대철학의 거인 칼 포퍼가 17일 런던 교외 크로이든의 메이데이병원에서 결장암과 폐렴, 신장 이상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92세.
금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의 하나로 꼽히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1945)을 비롯해 「역사주의의 빈곤」(1957), 「과학적 발견의 논리」(1934)등을 저술했다.
지식의 불확실성과 과학이 그의 전생애를 지배한 관심거리였다. 인간의 오류가능성에서 출발하는 그의 철학은 반증될 수 있는 것만이 과학적이라고 주장, 부정적·비관적 공리주의란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는 마르크스 헤겔의 역사발전 법칙론과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전체주의의 그림자를 거느린 사이비과학으로 비판, 「열린 사회의 적」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유럽의 좌파 사회운동이 격렬했던 지난 60년대에는 반동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의 사상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프레드릭 하이예크의 이론과 함께 마거릿 대처전영국총리의 보수당 정부에 이론적 토대가 됐다.
오스트리아에서 법학자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빈에서 대학을 마친 후 한때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1945년 영국으로 귀화,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에서 가르쳤다. 65년 기사 작위, 82년 명예훈위를 받았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떴고 자식은 없다.「과학은 음악과 예술 다음으로 가장 위대하며 인간 정신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성과」라는 말을 남겼다.【런던·크로이든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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