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열렸던 북미전문가회의를 통해 북한이 현재와 미래핵을 포기하는 대신 얻게 될 경수로원전에 대한 속셈을 드러냈다. 북한의 김정우대표는 폐막 후 회견에서 한국형원전을 거부하며 노형은 자신들이 선택하고 미국은 비용만 부담하며 원전건설은 국제입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원전건설을 위한 국제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애써 생색을 냈지만 진의는 원전건설에 있어 한국을 완전 배제시키고 자신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뻔뻔한 북한의 태도를 정부가 단호하게 일축해야 함은 말할 여지가 없다. 북한은 한국이 건설비용의 상당한 몫을 담당하게 됨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국형원전을 채택하고 한국이 건설을 주도하지 않는한 단 한푼도 지불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이 경수로원전을 얻게 되는 것은 결코 「핵을 생산하지 않았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강변에도 불구하고 몰래 추진한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실은 핵공갈로 구식원전대신 최신의 경수로원전을 얻게 되는 것임에도 구매자희망대로 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며 『원전건설비용은 지불하겠으나 50㎿와 2백㎿흑연감속로 폐기에 따른 보상비용을 제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는 당혹감마저 갖게 된다.
경수로원전에 대한 북한의 속셈은 몇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떳떳하게 받되 아예 노형선택권을 내세워 관철되지 않더라도 건설전반에 대해 자신들이 개입하고 주관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한국형이 될 경우 한국이 모든 것을 전담하게 되므로 장차 남북관계의 대등한 균형이 기울어지고 자칫 내부균열과 동요의 빌미가 될 우려가 있어 처음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형불가」를 계속 고집, 미국을 궁지에 몰아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계산이 담겨 있고 끝으로 「독일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은 장차 독일을 유럽진출및 경제협력의 센터로 구축하려는 제스처로 분석된다.
북한의 원전관계 속셈이 드러난 것과 때를 맞추어 방한한 로버트 갈루치미국무부차관보를 맞아 한미양국이 원전모델은 한국형으로 하되 북의 체면을 고려, 명칭을 고집하지 않기로 하고 한국이 비용부담과 건설등을 주도하기로 한 기본합의를 재확인한 것은 매우 의의가 있다 하겠다.
이와함께 클린턴대통령이 갈루치차관보를 통해 김영삼대통령에게 전한 구두메시지에서 『핵문제가 완전 해결돼야만 경수로 제공이 가능하다』고 한 것은 북한에 대한 변함없는 한미공조의 회답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경수로원전에 대한 「한국주도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해야한다. 만의 하나 미국이 대북협상을 서두르기 위해 이 합의원칙을 수정하지 않도록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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