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란 영화가 있다. 컬트 무비다.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고 92년 비디오로만 출시됐었다. 감독은 뤽 베송. 신인때인 85년 직접 시나리오를 써 만든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그의 출세작 「니키타」와 지난해 소개됐던「그랑부르」를 연상하면 「지하철」역시 괜찮은 작품일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그 짐작을 사실로 증명해준 배우가 크리스토퍼 램버트와 함께 이 작품의 주연을 맡은 「프랑스의 꽃」이사벨 아자니(39)다. 당시 30세였던 아자니는 지하70의 질식할 것같은 폐쇄공간에서 삶과 죽음, 절망과 광기로 헐떡이는 한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유부녀로 등장한다. 마치 데뷔작인 「아델의 이야기」(76년)나 세자르여우주연상을 안긴 명작 「카미유 클로델」(89년)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감상하는 듯한 그의 무표정과 권태로운 시선이 램버트의 그로테스크한 연기와 대비, 사랑없는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낀 여인의 절망이란 또하나의 큰 줄기를 이뤄낸다.
음악, 작가로서의 재능도 뛰어난 알제리와 독일 혼혈인 아자니는 영화속에서는 항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보이는 이미지로 나타나 누구도 엄두내지 못할 비극의 몸부림과 눈빛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영화 「마고왕비」에서 16세기 여인으로 나와서도 그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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