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찾은 중국은 마치 신기루 같이 비쳐졌다. 시장개방으로 상징되는 변화정책의 「성과」로 수년래 연 13%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변모하고 있었다. 대도시에서는 밤늦도록 화려한 네온 불빛이 명멸하고, 각종 서비스업이 일대 호황을 누리는가 하면, 거리의 여인까지 등장해 관광객을 유혹한다. 개방바람에 일찍 눈을 뜬 폭발아(졸부)가 속속 태어나 계층별·지역별 부의 편중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소외계층의 불만도 드세지며 심각한 부작용을 빚어 사회불안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중국은 점진적 개혁의 정책기조를 고속성장의 회오리에 휘말려 스스로 포기하지는 않았나 의심이 갈 정도다. 그 맹렬함과 위태로움이 마치 호랑이 등에 타 멈출 길 없이 달려야 하는 기호지세의 형국을 보는듯하다.
북경의 한 저명한 교수가 한 말이 충격적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10년전 금의환향했을 때 가족은 동네 잔치까지 베풀었습니다. 큰 학자가 태어났으니 우리 모두의 자랑이라고 했었지요』 그러나 지난해 다시 귀향하자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져 있었단다. 잔치는 커녕 가족의 한숨섞인 넋두리만 귀를 때렸다. 『죽자고 공부해 명성을 얻으면 뭘 하노…… 남들처럼 호의호식도 한번 못하고……』 이 교수의 한달 월급은 1천원(약10만원). 1년 내내 원고를 써 책을 낸다면 고료로 2천원 정도 더 번다.
그런데 폭발아들의 초호화판 생활은 현대판 귀족 바로 그것이다. 한번 입장해 목욕하고 팔등신 미인에게 마사지 받는데 1천원쯤 드는 사우나에는 폭발아 단골들로 만원사례다. 거리마다 즐비한 가라오케에서 3∼4명이 웬만히 즐기기 위해 2천∼3천원 정도는 쉽게 쓴다.
공무원들이 지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모리배 행각도 만연해 있다. 그래서 알량한 권력으로 백성에 군림하고, 부정·부패로 치부하는데 혈안이 된 지방공무원을 가리켜 「토황제」라고 비아냥거린다.
등소평은 일찍이 중국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를 안정확보라고 갈파했었다.
그렇다면 중국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개혁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여 무엇보다 민주주의 정착의 기본요건인 중산층을 두텁게 자리잡게 하는 정책에 우선을 두는 일일 것이다. 대학교수 같은 지식인들이 품위를 지키며 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분배정의를 확립시키는 일이 요긴한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은 중국식 개혁·개방정책을 모델로 삼아 답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는 사회주의 틀을 견지하되 경제는 시장개방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권력의 정통성을 확립해 나간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개혁정책의 추진과정과 성패의 여부는 새삼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통일부장>통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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