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 재정확충에 비상/2030년 65세이상 7천만명/갹출방식 개선·사적연금 인정 등 법제정 서둘러 「노인복지의 천국」 유럽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추세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재정부담때문에 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체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각국 정부는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해 복지비용을 감축해야 하는 입장인 반면 유럽의 노인들은 「노인당」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단결을 통해 노골적으로 집단이익 수호에 나서고 있다. 정년을 늘려 「보람있는 삶」을 더 연장하는가 하면 은퇴후 자신들의 기술을 전수해 보람을 되찾는 퇴직자단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유럽의 노인복지 현주소와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유럽각국 정부가 인구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연금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거의 완벽한 복지체계를 자랑해온 유럽국가들이지만 노동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해 당장 돈마련에 애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EU집행위원회가 회원국에 연금기금의 최고 60%를 해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한 것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근거했지만 사실은 각국 정부의 연금부담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베를루스코니총리가 연금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 좀더 솔직하게 문제해결방법을 찾고 있다. 프랑스 발라뒤르총리도 사기업이 연금사업을 할 수 있도록 내년에 입법조치할 계획임을 밝혔다. 「늙어가는 유럽」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각종 단체들의 예상통계수치와 분석은 유럽고령화의 심각성을 좀더 생생하게 말해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서유럽 18개국의 65세이상 인구는 90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40년동안 5천만명에서 7천만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EU도 최근 통계에서 EU 12개 회원국의 60세이상 노령인구는 지난 90년 전체인구의 19.6%에서 2020년에는 26.7%로 증가할 것이며 이같은 노령화속도는 독일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기간 동안 노동인구는 감소해 현재 65세이상 노인 1인에 5명인 노동인구가 2030년에는 3명 이하로 줄어들게 된다. OECD는 2040년이면 각국 정부의 연금부담이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구노령화로 가장 심각한 고민에 빠진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2040년까지 65세이상 노인 1명에 노동인구는 거의 2명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총생산(GDP)중 사회복지비용은 현재 35%에서 50%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노동자와 기업의 사회복지세부담은 이미 급여의 40%수준으로 급상승했다.
독일정부는 최근 몇년간 갖가지 방법으로 퇴직자의 연금혜택을 20%가량 줄였지만 오는 10월 총선거를 목전에 두고 새로운 노인보호계획을 발표했다. 노인인구의 증가가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지만 노인표의 확보를 감안해야 하는 정치인들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럽국가들은 지금과 같은 연금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금수준과 연계된 연금갹출방식을 최소한의 고정갹출로 바꾸고 보험회사등 민간이 조성, 운영하는 사적연금 도입이라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경영자문회사인 매킨사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파스벤더씨는 『사람들은 인구구조의 변화추세를 알면서도 그 비용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그들은 퇴직후를 대비해 좀더 많은 돈을 마련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벤더씨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영국이나 미국처럼 복지체계의 방향을 국가중심에서 민간분야로 돌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분석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사적 연금을 인정하는 법제정을 서두르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같은 연금체계수정은 국가재정의 부담을 줄이면서 노인산업의 활성화를 촉발하는 이중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인구고령화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실업률증가와 함께 21세기 유럽의 복지체계와 시장구조를 바꾸는 태풍으로 몰아닥치고 있다.【브뤼셀=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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