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은 경험·경륜 “기업체에 제공”/75년 출범… 각분야회원 4천명 프랑스 파리 북서쪽 제17구의 로겔바흐거리는 매일 아침이면 60∼70대의 노인들로 분주하다. 로겔바흐거리 3번지의「엑티(ECTI·국제기술교환및 자문단체)」본부를 찾아가는 노인들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퇴직자단체인 엑티는 아지르(AGIR), 에제(EGGE)등과 함께 은퇴한 고급기술자들의 기술적 자문 또는 조언을 기업에 알선해 주는 전문기관이다.
이 사무실 풍경은 한가지만 빼고는 여느 일반회사와 다르지 않다.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60을 훨씬 넘은 노인이라는 점이다. 팩스쪽지를 들여다보는 할아버지, 분홍색 티셔츠차림으로 복사기를 만지는 할머니, 토론중인 노신사들, 모두가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무실마다 아시아 남미 프랑스 아프리카 중동등 지역 명패가 붙어 있었다. 각지에서 들어오는 기술자문요청을 쉽게 처리하기 위한 방편이다. 아시아의 한 회사에서 보내온 팩스를 살펴보던 아시아지역담당 자문관인 다니엘 보데씨는 기자에게 『한국회사들로부터도 자문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엑티는 지난 75년에 출범했다.「현직에서 쌓은 경험과 경륜을 기업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에 동감한 1천여명의 퇴직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엑티의 대표인 프랑수아 로잔씨(70세)는『우리는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일하고 싶은 의욕에 넘쳐있다. 엑티는 자기 직업을 자랑하고 계속 활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설립때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지않는 순수 민간단체이자 순수 비영리단체로 출발했다.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 본부직원 활동경비등은 은행이나 기업등 후원단체의 후원금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현재 엑티에 가입해 있는 퇴직 기술자들은 4천여명. 농업 임업 수산업 식품업 증권 사회학 광업 석유업 화학 전기 항공 기계 전자 섬유 운송 무역 통신 우주산업 관광 금융 보험 인쇄 건강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의 고급인력들이 망라돼 있다. 회원중 1백50여명은 여성이다. 조프루아씨는『한 할머니 기술자는 현재 중국에서 섬유회사 기술자문역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2백프랑(한화 3만2천원상당)의 회비만 내면 퇴직자는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엑티의 활동무대는 프랑스 국내와 국외에 두루 걸쳐 있다. 지난해의 경우 모두 1천8백63건의 활동실적을 기록했다. 해외자문이 9백30여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알제리의 광산탐사, 브라질의 플라스틱필름산업, 칠레의 이동식교량건설공사, 한국의 충격흡수공법개발, 네팔의 의약산업, 세네갈의 철광산탐사등이 모두 엑티소속 퇴직자들의 조언을 받아 이뤄졌다. 외국 프랑스대사관 상무관들이 엑티의 현지「중개인」역할을 하고 있다. 엑티는 상무관들의 요청을 받아 컴퓨터에서 해당분야의 전문가회원들을 복수로 뽑아 기업들에 추천한다.
이같은 용역규모에도 불구, 회원들은 해당업체들로부터 왕복항공료와 체재비를 제외하곤 일절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조프루아씨는『회원들 중 다수는 나이가 들어 미지의 지역을 여행해 보는데서 모험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수무역회사사장의 비서를 지내다 은퇴한 레바스티외씨(76·기획담당)는 자신에게 있어서 엑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은퇴한 뒤 영화 연극을 보고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나의 이상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나는 일해야 한다』【파리=신효섭기자】
◎독 사설양로원 「알트쾨니히 시프트」 방문기/휴양지 연상시키는 전형적 실버타운/우거진 숲속 건물… 은행·수영장등 시설완벽/보증금·월세로 운영… 이익금은 전액 재투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으로 60가량 떨어진 조그만 전원도시 크론버그의 교외인 오버훼체스타트거리에 들어서면 우거진 숲속에 아담하게 들어서 있는 건물들이 눈에 띈다.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공원처럼 잘 꾸며져있어 휴양지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독일의 대표적 사설양로원인 「알트쾨니히시프트」이다. 알트쾨니히시프트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실버타운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인은 6백여명이며 2천3백명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알트쾨니히시프트와 계약을 맺은 뒤 보통 15∼20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입주자의 평균나이는 83세. 60대는 별로 볼 수 없으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1백살이다.
4개의 건물로 구성된 알트쾨니히시프트에는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시설이 완비돼 있다. 중앙건물에는 로비를 중심으로 우체국과 은행 미장원 구내식당 실내외수영장 콘서트홀등이 둘러서 있다. 최고 3백명을 수용하는 콘서트홀에서는 외부초청 연주회뿐만 아니라 입주노인들로 구성된 합창단등도 공연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3∼4일은 행사가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곧 있을 여름축제티켓을 팔고 있던 프라우 킴멜할머니(83)는 『시설이 좋은데다 공기도 좋고 노인들끼리 재미있게 살 수 있어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며 『자식들이 잘 살고 있지만 이곳에서 생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로비 왼쪽의 미장원에 들어서자 만년의 멋을 내고 있던 노인들은 기자에게 일제히 손을 흔들어주었다. 가족과 떨어져있다는 쓸쓸함은 보이지 않았다.
노인들이 거주하는 3개동의 아파트는 중앙건물주위에 둥그렇게 연결돼 있다. 방은 크기에 따라 6종류로 화장실변기와 욕조는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손잡이가 설치돼 있으며 붙박이식 부엌도 노인들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졌다.
흰색아파트 2개동은 스스로 움직이는데 불편이 없는 노인들을 위한 것이고 붉은색 아파트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살고 있다. 흰색아파트 지하에는 공작실과 노인용 체육관이 있어 활동할 수 있는 노인들이 여가생활과 건강유지를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붉은색 아파트에서는 두명의 의사와 전문교육을 마친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70년 건설된 알트쾨니히스타트는 입주자의 보증금과 월사용료로만 운영되는 협동조합 형태다. 입주보증금은 방종류에 따라 최고 4만4천마르크(2천2백만원)이며 월세도 최고 3천2백마르크(약1백30만원)로 독일의 중상층 퇴직자에 알맞는 수준이다. 입주자의 보증금과 월세를 토대로 운영하되 이익금은 전액 시설재투자에 사용된다.
최근 독일에는 이같은 협동조합식 사설 양로원이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모든 국민이 연금혜택을 받는데다 최근 독일정부가 통일 후 연방정부및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양로원을 줄이자 사설양로원을 찾는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크론버그(독일)=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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