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신고·체납자 등 직접수납때 범행/“세금 깎아준다” 납세자 노골적 유혹도/순환근무등 행정 대수술 시급 인천 북구청 공무원들의 세금횡령사건은 공무원들이 국민의 혈세를 아무런 제약없이 빼돌렸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현재까지 드러난 세금횡령액은 11억여원이지만 수사가 진척되면 국고손실액은 1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엄청난 범죄를 가능케 하고 사후에도 전혀 적발하지 못한 행정체계전반에 대한 일대 수술이 요구되고 있다.
적발된 공무원들은 각종 지방세의 납입건수가 매 납기마다 보통 수십만건, 최고 1백만건이 넘어 세금수납대장을 검증하는 것이 어려운 점을 이용했다. 비리공무원들은 이들 지방세 부과 및 징수가 지난해 4월부터 일부종목만 전산화됐을뿐 취득·주민·등록세는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이용, 납세자에게 가짜 은행소인이 찍힌 납세필증을 발행해 주고 세금을 착복했다.
현재 취득·등록세등은 건물 또는 토지구입자가 취득가를 구청에 자진신고하면 구청이 세금액을 부과, 납세자는 은행에 세금을 내고 영수증을 받도록 돼 있다. 구청에서는 은행측이 제출한 구청보관용 영수증과 수납대장의 납세액을 대조, 납세사실이 확인되면 수납대장 확인란에 구청의 소인을 찍어 납세절차를 마치게 된다.
공무원들은 이 과정에서 ▲자진신고를 위해 찾아온 납세자에게 세금을 깎아준다고 유혹, 부과액의 80%정도를 받아 수납대장에 부과세액을 50%로 낮춰 기재한 뒤 나머지를 빼돌리거나 ▲체납자가 체납액을 세무과에 낼 경우 납세액을 착복한 뒤 가짜 은행 고무인을 찍은 영수증을 체납자에게 준 뒤 수납대장에 구청용 소인을 찍어 납세한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등 2가지 수법을 사용했다.
은행에서 받은 세금영수증과 수납대장을 대조하면 이같은 범행은 쉽게 적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행측이 세금 수납상황을 구청에 통보하는데 보통 1개월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제때에 은행 수납상황과 구청의 처리상황을 직접 대조 확인하는 일은 없어 아무런 제약없는 범행이 가능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멍뚫린 지방세부과·징수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부정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시급한 것이 전산화작업이다. 현재 부과되는 9종의 지방세중 자동차·재산·종합토지·면허세는 인천시의 경우 지난 93년 4월 전산화가 완료됐으나 취득·등록·주민·농지·사업소세등 5개종목은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인력관리면에서 장기근무의 폐단을 막기 위해 정규 세무직의 경우 3년이상 장기근속자는 구청간 인사교류를 하고 일용직도 3년이상 한자리에 근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등이 제시되고 있다.
◎세금착복수사 주변/검찰 “겉만핥고 종결” 경찰에 불만/인천시-조법무사 유착의혹 제기
○…인천시는 경찰이 양씨등을 구속한 다음날 북구청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서는등 조속진화에 안간힘을 썼으나 감사를 서둘러 끝내고 엉뚱하게 법무사 세금착복부분만 물고 늘어져 「여론을 호도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또 사건발생당시 북구 부구청장(현 인천시 감사실장)과 시청 세정계장(현 감사 1계장)이 특별감사 책임을 맡은데다 감사기간도 5일이나 앞당겨 끝내 축소은폐의혹만 부풀렸다.
○…검찰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안씨등의 사무실 서랍 한번 열어보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경찰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검찰에 의하면 부평서는 안씨등의 비위사실을 잘 아는 내부제보자가 「찍어준」 비위사실만을 확인했을 뿐 압수수색이나 영수증 대조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고 사건직후 분실된 영수증철의 행방조차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등 수박겉핥기 수사를 했다는 것.
○…조광건법무사무소에 인천시가 관례를 무시하고 거액의 수익이 보장되는 등록세대행업무를 맡긴 것으로 밝혀져 인천시와 조법무사무소간에 유착의혹이 제기됐다. 시는 지난달 초 9백30가구인 남구 연수동 시영아파트의 1억여원에 달하는 등록세 납부대행업무를 조법무사사무소와 이모법무사무소에 임의지정해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나 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의 등록대행업무는 특혜소지를 없애기 위해 해당지역법무사협회의 순번제추천을 통해 맡기는 것이 관례다.
○…인천북구청 세무비리의 중요증거물인 지방세 납세필통지서철이 14일 낮 소형 트럭편으로 검찰청사에 도착하자 확인작업을 맡은 인천지검 특수부직원들은 엄청난 분량에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검찰청 4층 조사과 사무실 한 구석에 옮겨진 이 통지서철은 지난 90년과 93년분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록세등의 납세필통지서들로 라면상자로 38상자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한 검찰직원은 『모든 직원이 매달려도 추석전에 작업을 끝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향 가기는 다 틀린 것 같다』고 푸념했다.
○…강기병 인천시 정책보좌관은 북구청 부구청장시절 구속된 안영휘씨(53)로부터 부동산을 시가의 절반 가격에 매입한 사실이 안씨의 진술로 밝혀져 뇌물성 여부를 조사받게 되자 14일 하오 3시께부터 자취를 감췄다.【인천=김동국·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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