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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과 풀/박정삼 체육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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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과 풀/박정삼 체육부장(메아리)

입력
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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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4년 이래 90년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치러졌던 미국 프로야구 챔피언결정전인 월드시리즈가 올해는 연봉총액상한제(SALARY CAP) 도입을 반대하는 선수노조의 파업으로 개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월드시리즈는 당시 미국 내에 불붙은 야구붐을 타고 배타적 시장독점권을 행사하던 내셔널리그에 대항하여 설립된 아메리칸리그가 시즌 종료와 함께 진정한 왕자를 가리자고 도전하여  양 리그 1위팀간에 7전4선승제의 경기로 시작되었다. 미국내 챔피언결정전이 왜 「미국」 시리즈가 아니고 「월드」 시리즈로 명명되었느냐는데 대하여 오는 10월 코리언시리즈를 예정대로 치르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할 만도 하다. 이는 마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처음 「발견」하였다면 콜럼버스 이전에 미대륙에서 대대로 살아왔던 원주민들은 문화사에서 지워져야 한다는 백인주의 논법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또 흑인노예시장시절 미국에서 흑인도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거룩한 피조물인 인간으로 대접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신학적 논쟁이 일어났던 사실을 상기시킨다.

 어쨌든 속등하는 선수연봉 때문에 구단운영이 파탄상태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는 구단주들은 선수단 연봉총액이 구단총수입의 5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상한제를 단체협상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선수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파업 33일째를 맞는 14일 현재 협상은 지지부진인 채 경기일정상 월드시리즈를 도저히 소화시킬 수가 없어 잔여경기도 의미를 상실하고 말았다. 마침내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대리는 15일 페넌트레이스 종료를 선언할 예정인데, 미국 프로야구사에 불명예기록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남게 되는 것을 한탄했다.

 파업기간(33일)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최소액연봉선수는 약 2만달러, 뉴욕 메츠의 보비 보닐라선수와 같은 최고액연봉선수는 1백만달러(8억원)이상의 연봉삭감을 당했고 앞으로 잔여경기취소결정에 따른 연봉삭감액은 현재의 삭감액을 훨씬 초월할 것으로 계산된다. 이에 분개한 선수들은 차라리 구단주가 없는 선수노조리그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단주와 연봉상한선이 없는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천국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이론에서 노사관계를 늑대와 양과 풀의 3자관계로 분석한 사람도 있다. 즉 늑대가 너무 번성하면 양은 살아남기 어렵지만 그대신 살아남은 양은 풀을 포식할 수 있다. 반대로 늑대가 사라진 초원에서 양만 지나치게 번성하면 뜯어먹을 풀이 부족한 아사직전의 양끼리 싸움질만 일삼는다는 이론이다. 노사간의 적당한 견제와 함께 충분한 협조 속에서만 최대의 생산성이 보장된다는 우화적 설명을 선수노조측은 참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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