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간 득실따라 균열등 노출/당정조율·지자선거전략 과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2차 행정구역개편논의는 여권에 무엇을 남겼는가. 누가 득을 보았고 손해를 본 사람은 누구인가. 이로 인해 여권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먼저 이번 논쟁을 통해 여권내 실세중진들간의 관계가 미묘하게 됐다. 하필 각 시도지부장의 실세화가 이뤄진 직후에 이 사안이 터져 문제가 더욱 복잡해 졌다.
가장 먼저 부상했다 이내 사라진 경기도분할론은 마치 최형우내무장관과 도지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한동원내총무와의 힘겨루기로 비쳐졌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같은 시각을 철저히 부정했다. 이총무는 논의과정에서 시종 입을 다물며 아예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승자는 이총무였다.
이어 2라운드는 최장관과 김윤환경북도지부장 사이에 벌어졌다. 주제는 대구시에 경북일부를 편입시키는 문제. 김지부장은 이례적으로 공개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무부의 구상을 비판하고 나섰다. 계파가 다름에도 불구, 평소 「지근거리」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던 두 사람인지라 그 파장은 컸다.결국 내무부안이 최소화됨으로써 김지부장의 선방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결과가 됐다.
이와 함께 김종필민자당대표와 최장관 사이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 김대표는 경남출신 당무위원들이 들고일어날 게 뻔한데도 내무부안을 당무회의에 상정시켜 결과적으로 최장관의 울산직할시 승격의욕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 김대표는 비록 최장관이 불참한 자리이긴 했으나 고위당정회의에서 정부측의 행정구역개편론 제기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차 행정구역개편론은 내년에 있을 전당대회등 여권의 각종 주요정치스케줄에 앞선 이들 네 사람의 전초전이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다른 한편 민주계는 내부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울산직할시승격문제를 둘러싸고 최장관은 한집안식구인 경남출신 민주계 의원들로부터 사퇴를 요구받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개편추진과정에서 재발한 당정관계의 난조를 해결하는 일도 여권으로서는 큰 짐이다. 당측은 막판에 울산직할시승격의 유보 또는 연기를 주장, 이를 관철시킴으로써 그나마 체면을 유지하기는 했다. 하지만 당의 무기력, 행정부 독주현상등은 새정부출범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논쟁은 여권의 내년 지자제선거전략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극심한 지역대결양상이 벌어졌던 경남 울산 부산 대구 경북등이 모두 내년 선거에서 여권이 노리고 있는 표밭들이기 때문이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전통적인 여권지역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해 당초 생각했던 선거구도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밖에 치열한 당내 지역이기주의 극복문제, 청와대의 여론눈치보기식 소극적 자세및 조정능력 부족등도 여권이 해결해 내야 할 과제들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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