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한국모습 정밀묘사”/역자 이인화-영 대사관 유덴참사관 대담/“답사통해 풍속등 사회전반 기술/열강틈서 겪는 어려움도 상세히” 올해는 소설가이자 영국 최초의 왕립지리학회 여성회원이었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1831∼1904년)이 우리나라 땅에 발을 디딘지 1백년이 되는 해이다. 최근 비숍의 역저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 도서출판 살림에서 처음으로 완역출간됐고, 영국대사관은 이를 계기로 역자인 소설가 이인화씨와 주한영국 대사관의 마틴 유덴 참사관의 대담을 마련했다. 유덴 참사관은 이 책의 1897년도 초판 등 구한말 한국 관련 자료들을 1백여종 수집한 한국관계 전문가이고, 「영원한 제국」의 작가 이인화씨는 대표적인 신세대 소설가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의 시각에서 1백년전 한국의 모습을 비교분석하는 두 사람의 대담을 발췌, 소개한다.【편집자주】
▲유덴=비숍은 1894년부터 4년간 4차례에 걸쳐 한국을 체험하고 관찰하고 답사해서 수박 겉핥기나 사진찍기식 수준을 벗어난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을 썼습니다. 열강들 틈에서 어려움을 겪던 당시 한국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곳곳에 나타납니다. 저도 78년부터 81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이 책과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됐습니다.
▲이인화=왕실과 빈민층을 비롯해 결혼식 무속신앙 사찰 싸구려주막 동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1백년전 한국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덴=문학적으로 볼 때 19세기 영국 작가의 문체는 대부분 경직됐는데 비숍은 평이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장점을 가졌을 뿐 아니라 훌륭한 이야기꾼이기도 했습니다. 소설가로서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인화=자연주의 사조를 반영한 기행문학의 걸작으로 꼽고 싶고 또 작가는 학자답게 대단히 꼼꼼했습니다. 1백년전의 한국과 요즘을 비교하면서 문화나 전통에서 한국적 연속성, 맥, 보편성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다면….
▲유덴=한국문화에서는 족보나 가문에 대한 집착에서 나타나는 강한 공동체 의식이 먼저 떠오릅니다. 사실 제 이름도 특별나서 영국에 3백명 가량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가족의 역사를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이인화=한편으로 이 책을 보면 비숍이 영국의 제국주의 정책이나 일본의 한국침략 기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 같은데요.
▲유덴=한국이 결국 희생될 것이라는 전망은 가졌던 것 같지만 당시 강대국 국민들의 제국주의적 시각에 비한다면 그 강도가 대단히 미약합니다. 당시 정치·지리학적 역학관계상 한국의 장래를 낙관하지 못한 것이지 한국인들에게 그 책임을 물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애정이 더 강조돼 있습니다.
▲이인화=이 책을 통해 어둡고 누추한 줄로만 알았던 1백년전의 한국이 그다지 살기 힘들지 않았다는 점을 깨달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추억을 담은 아름다운 옛날로 다가왔습니다.
한편 영국대사관은 「주한 해외공관 우호전시회」(16∼30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 주최)에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초판등 구한말의 고서와 사진 자료들을 출품할 예정이며, 한영협회에서는 비숍의 답사길을 따라가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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