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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독려 악몽/윤순환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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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독려 악몽/윤순환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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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수출독려가 시작됐다. 상공부차관보가 지난 13일 종합상사임원들에게 앞으로 매달 수출입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3일에는 상공부장관이 종합상사 사장단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대통령이 종합상사 사장단을 초청, 오찬을 갖기도 했다. 올해 대일무역적자만 1백억달러를 넘어서고 전체 무역적자도 50억달러에 육박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출독려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수출독려는 경제흐름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수출드라이브에 모든 것을 걸었던 군사정권시절, 정부는 연말이면 종합상사에 수출확대를 닦달하고 종합상사들은 정부의 치적 과시에 호응하기 위해 밀어내기 수출을 하는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야 했다. 그 결과 주문받지도 않은 물량과 불량품들이 섞여 나가고 해외재고가 쌓임에 따라 수출채산성이 악화됨은 물론 수출한국의 이미지마저 훼손되는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수출물량만이 모든 것을 말하던 개발독재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그런데 며칠전 종합상사들은 상공부로부터 연말까지의 월별 수출계획은 물론 지역별·품목별 수출계획까지 보고해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6공화국때도 월별수출계획을 보고받고 매달 점검하겠다는 독려는 없었다. 월별 수입계획을 제출하고 가급적 수입을 줄여달라는 전례없는 요구까지 덧붙여지자 종합상사 임원들은 정부의 통상정책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0년대들어 선진국시장에서 계속 쫓겨나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은 지금 장기전략에 근거한 수출경쟁력강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당국이 눈앞의 목표달성을 위해 종합상사들을 내모는 것이 수출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앞으로야 어떻게 되든 올해 무역적자를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전시행정적 단견으로 인해 수출은 몇억달러 늘겠지만 취약하기 그지없는 수출경쟁력이 이로 인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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