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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난항”… 평양 “작은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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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난항”… 평양 “작은 합의”

입력
1994.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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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연락사무소 구체적 진전 시사/미,북입장배려 이례적 「발표문」수용 미국과 북한이 사상 최초로 양국간 관계개선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평양에서 개최한 실무회의가 13일 끝났다.

 양측은 이번 회의를 마치면서 발표한 짤막한 발표문을 통해 『이번의 대화는 진지하고 협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밝혀 양국간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실무문제가 만족스럽게 타결됐음을 시사했다.

 당초 이번 회의가 연락사무소개설에 대비한 현장답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되풀이 강조해온 미국정부가 사실관계의 기술에 불과한 공동 발표문까지 내게된 데는 이번 회의에 커다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북한측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행정부관리들은 12일 (현지시간) 마이크 매커리 국무부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평양회의의 폐막과 함께 일종의 성명문이 발표될지도 모른다는 시사를 한 뒤에도 『실무회담에 무슨 발표문이냐』면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평양회의의 구체적인 진행상황은 14일 한국을 방문하는 북미회담의 미국측 협상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를 통해 한국측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에 의하면 13일현재 일본을 방문중인 갈루치차관보는 이번 평양회의의 미측대표인 린 터크 국무부 한국과부과장을 동행하고 서울을 방문, 연락사무소 설치문제에 대한 미국측의 최종입장을 한국측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문에서는 언급돼 있지 않지만 미국과 북한은 앞으로 워싱턴에서 연락대표부 설치를 위한 2차 전문가 접촉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내다봤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정부의 공식대표단이 북한정권수립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들어가 사실상의 수교협상을 벌인 이상 미국도 북한측이 요청하는 경우 호혜적인 입장에서 워싱턴회담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향후의 북미관계 개선회담은 어디까지나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미국정부는 지난주 한승주외무장관의 방미때 북미간 연락사무소의 설치시기는 핵문제가 완전 타결되는 시점이 된다는 공식 입장을 한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갈루치차관보의 한국 일본등 관련국 방문을 통해 전문가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이들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오는 23일 제네바에서 재개되는 북미 3단계 2차회의에서 북핵문제의 일괄타결안을 놓고 절충을 계속할 방침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베를린/경수로 “러형”­“한국 주도” 대립/회의재개 불투명… 3단계 직행할수도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전문가회담은 최대 쟁점이랄 수 있는 경수로 지원문제를 둘러싸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미양측은 12일 상오의 전체대표단 회의와 하오의 수석대표간 회의를 마친 후 회의를 13일에 재개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있는 한 외교소식통은 12일밤 『양측이 조만간 대화를 재개키로 했다』면서 『이는 회담이 13일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회담을 재개키로 했다는 것은 회담이 완전히 결렬됐다는 것도 아니며 혹은 13일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의 교착원인은 경수로지원문제와 관련, 북한측이 미국측이 제안한 한국형 대신 러시아형 최신 가압경수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알려지고있다.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측은 첫날 회의에서 러시아형 가압경수로(PWR)중 안전성을 제고한 최신제품인 제4세대형을 지어줄 것을 미측에 요구하고 원전부지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리를 제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러시아와 합동으로 신포시에 대한 입지타당성 조사까지 마쳤음을 밝히고 오는 2010년까지의 장기전력수급계획상 1천㎿급인 한국형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6백㎿를 한 단위로 하는 러시아형 제4세대 VVER형 3기의 건설을 요구하는 구체적 계획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은 구체적인 원전시방에서 각각6백㎿의 원자로 1기를 1기의 발전시스템과 연결, 독립적으로 가동하는 원전3기를 함께 건설하며 냉각방식은 안전성을 고려해 최신형 수동냉각방식으로 하겠다고 제의한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미국측은 초지일관, 한국주도의 경수로를 주장했으며 한국정부가 말하고있는 한국형외에 대안이 없음을 강조했다는것. 다만 미측은 한국형에 대한 북한측의 거부감을 감안, 한국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효과를 얻되 건설및 재원조달등에서 명칭과 형식에 융통성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은 있다.

 베를린 전문가회의의 교착은 미측이 북한입장의 변화를 목적으로 북측에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거나 재고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경수로협상에 관한 한 카드는 미국쪽에 유리하다고 볼 수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회의에서 경수로형 채택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 결론없이 제네바 고위급회담으로 넘길 가능성도 있는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베를린=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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