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정세는 언제나 가변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이에 부응할 수 있게 기본원칙과 틀 아래 탄력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북미3단계회담 2차회의에서 북핵문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 경우 대북경제협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내달 김정일의 권력승계이후 정상회담을 포함한 각급대화를 시도하기로 대북정책을 수정, 완화한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핵투명성이 완전 확보되지 않는한 어떠한 대북경협도 하지 않는다는 연계방침을 지속해 왔다. 여기서 핵투명성은 과거핵의 규명을 포함한 모든 핵개발을 완전 중지케 하는 것이다.
미국이 현재와 미래핵의 동결을 사실상 핵문제해결의 진전으로 평가할때 우리가 비핵화선언에 의한 상호사찰을 당장 관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과거핵의 투명성은 장차 특별사찰과 상호사찰의 추진으로 넘기고 북과의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기본정책의 후퇴라고는 볼 수 없다.
우리측이 북미회담에 남북회담의 재개를 필수조건으로 제기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북의 관심이 오직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경수로원전획득에 있는 상황에서 남이 억지로 만들어 주는 대화라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김정일체제의 공식출범후 남북기본합의서를 가동, 실천하기 위한 대화를 비롯, 연기된 정상회담을 다시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떳떳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같이 대북정책을 완화하면서 정부로서는 현재 진행중인 북미전문가회의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북한은 어제 평양에서 연락사무소교환에 관한 회의를 마치고 『포괄적 맥락에서 사무소 교환 및 설치에 관한 기술적인 문제를 논의했다』는 공동발표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무소문제만 논의했다고는 볼 수 없다. 「포괄적 맥락」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북한은 핵해결을 미끼로 미국과의 단계적인 관계개선과 평화협정체결, 경제협력, 금수해제등을 제기했음이 분명하다. 정부는 북한의 한국을 배제한 평화협정 기도를 엄중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편 베를린에서 진행중인 핵연료봉폐기 및 원전관계회의에서 북한대표가 경수로원전의 「안전성, 수출실적, 성능검증」을 강조한 것은 예상대로 한국형모델을 제외시킬 속셈임을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북한은 독일의 원전제작사인 지멘스측에 자료를 요청하여 독일형을 선호하는 것처럼 시위한 것은 모두 미국에 대체에너지등 더많은 실리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정부가 내부의 혼선과 불협화를 정리, 뒤늦게 대북정책을 완화, 개방적이고 적극적 자세로 전환했지만 기본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즉 과거핵은 꼭 규명해야 하고 한국형원전을 채택케 해야 하며 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은 반드시 남북한간의 협의를 통해서만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