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에 회의결과 듣고 대응 평양에서 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된 전문가회의를 가졌던 북한과 미국은 13일 상오 회의를 끝내면서 짤막한 발표문을 내놓았다. 지난번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미간 연락사무소 설치를 둘러싼 기술적인 사안을 논의, 그 결과를 양측 정부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전부여서 오히려 발표문에 포함돼있지 않은 세부적인 논의사항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발표문을 만들자는 제안을 먼저 하면서 내용도 좀더 세부적인 사항을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 발표문이 북한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긴 했지만 미국측이 북한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어 필요한 최소한의 선에서 문안이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북미간 평양전문가회의에서 북한의 집요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논의내용중 연락사무소설치의 시기나 일정이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한미간 합의선을 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평화협정문제등 발표문에 포함돼 있지 않은 세부사항을 일방적으로 해석, 추후 이런 저런 방식으로 흘림으로써 한미간에 혼란을 조성하려 할 경우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표단을 평양으로 끌어들여 최소한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데 이어 연락사무소설치등 북미간 관계개선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정부는 북한이 경수로지원문제등을 논의하고 있는 베를린 전문가회의에서 미국이 한국형경수로 관철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등 한미공조의 강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북한은 베를린회의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고 난항을 거듭하자 평양회의에서 만이라도 발표문을 냄으로써 마치 이 회의에서 큰 진전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이와관련, 『북한은 전문가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한미공조를 시험하기 위해 제2차 3단계회담의 결렬도 불사하겠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등 선전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고 베를린회의의 최종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의도에 대해 평양전문가회의의 세부적인 사항을 미국측으로부터 통보받는대로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이와관련, 이번 평양전문가회의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린 터크미국무부북한핵문제조정관(부과장급)은 13일 북경을 거쳐 14일 방한,이번 회의의 세부논의사항을 우리 정부에 알릴 예정이다. 정부는 린 터크수석대표가 방한, 회의결과를 우리 정부에 설명하는 것이 향후 예상되는 북한의 선전공세를 사전에 봉쇄하는 한편 한미간의 공조체제를 상징적으로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14일에는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부차관보가 방한하기로 돼 있기 때문에 평양전문가회의에서 확인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자연스럽게 한미간 의견조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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