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나라사람들에게는 현재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이직률이 비교적 높다는 말이다. 다른 직장에서 더 좋은 조건과 더 높은 보수로 제의해오면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정들었던 직장이라도 미련없이 떠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려는 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각 직장의 현장에서 터득된 귀중한 지식들이 축적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보면 막대한 손실일 것임이 틀림없다. 왜 그럴까? 우리 모두가 너무나 큰 것만을 바라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돈을 벌더라도 단시실에 떼돈을 벌려고 하고, 내 자식만은 큰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더 좋은 기회라고 판단되면 직장을 바꾸거나 직업 그 자체를 바꾸는 일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도대체 작은 것은 성이 차지 않는다.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메시지는 소인배나 귀를 기울일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우리의 일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하는 일에 심취하는 것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삼는 전통이 깊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면 쉽게 직장을 옮긴다든가 직업을 바꾸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직업이 단지 생활을 위한 방편이 아니라 「나도 우리 사회를 위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면서 하는 일이라면 거기에 혼신을 다할 수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여의치 않은 경우 그 원인을 진지하게 파고들면서 개선책을 찾아내는 일에서 우리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로 자신의 그 작은 직업 세계에서의 성취에 만족하려고하지 않는다. 서비스업 분야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적은 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평생 동안 농사를 짓는 셈으로 고객들과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직업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이 하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할 때 그 서비스는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고 우리 모두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이문웅 서울대교수·인류학>이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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