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산아제한」통한 접근서 탈피 큰의의/향후 20년간 세계인구 「72억선 통제」 정해/제3세계선 “서구의 배부른 소리” 비난도 제3회 국제인구개발회의(ICPD·통칭 세계인구회의)가 향후 20년간 세계인구증가를 적정선으로 억제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채택하고 13일 폐막됐다.
5일부터 카이로에서 열린 이 회의에는 1백82개국에서 1만6천여명이 참가, 지난 4월 준비위원회에서 작성된 행동계획안을 놓고 토의를 거듭한 끝에 「출산선택권과 건강」 「여성의 권리」 「개발도상국들의 생활수준 향상」 「지속적 개발」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이번 인구회의는 2015년까지 세계 인구문제에 관한 해법을 독특한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인구문제를 가족계획에 의한 산아제한이라는 단순접근법에서 벗어나 경제개발과 여성지위 향상이라는 입체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행동계획은 최우선 과제를 인적자원, 특히 여성의 교육과 기술습득에 두고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의 경제적 자활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와야만 문제해결의 출구가 보인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각국정부가 여성들에게 교육과 보건을 통해 산아제한등 출산선택권을 누릴수 있도록 하고 콘돔이나 자연적 피임등을 통한 가족계획을 보다 활발히 추진하도록 하고있다.
이번 회의의 최대쟁점은 개발도상국 지원이나 개발문제보다는 낙태문제였다. 회의 초기부터 가톨릭과 회교권은 종교적·도덕적 관점에서 낙태허용을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이 문제는 ▲낙태를 가족계획의 한 방법으로 권장하지 말고 ▲여성들이 낙태를 피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되 ▲원치 않았거나 안전치 못한 임신으로 생명이 위험할 경우에는 국가별·지역별 사정에 따라 낙태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졌다.
이번에 특기할 만한 성과는 2015년의 세계인구를 72억명으로 묶는다는 목표하에 재원마련 방안까지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현재 약 57억명인 세계인구는 그대로 방치될 경우 20년후에 1백억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가족계획·모자보건·성병예방등 각종 인구억제 프로그램을 위해 2000년까지 1백7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선진국들이 이 가운데 3분의 1을 대고 나머지는 당사국들이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4분의1 수준인 선진국들의 출연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행동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필요자금의 3분의 2를 개발도상국이 감당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발도상국들은 그럴 능력이 없다. 아프리카경제위원회와 아프리카단결기구(OAU)는 행동계획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는 이 재정계획의 3분의 2를 부담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제3세계권은 이번 회의의 결과에 대해 신랄히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낙태나 출산선택권은 서구적인 현안일뿐 아프리카나 아시아가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만연하는 에이즈와 이를 막을 재원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제3세계권은 또 「사람」보다는 「가난」이 인구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인도정부의 고문 스와민나탄은 『50억명의 인구중 10억명이 하루에 단돈 1달러(8백원)로 연명한다. 이들중 대부분이 제3세계에 존재한다. 세계인구의 상층 20%가 부의 85%를 장악하고 하층 10억명은 단지 1.4% 만을 소유하고 있다. 세계인구문제의 본질은 남북간 부의 불평등』이라고 주장했다.【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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