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외국인 인력과 근로정신/이현재칼럼(화요세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외국인 인력과 근로정신/이현재칼럼(화요세평)

입력
1994.09.13 00:00
0 0

 최근 한국의 산업계에는 외국인 근로인력의 유입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어찌보면 외국인인력 의존의 불가피성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고 있다. 일방 이에 따른 외국인 관리상의 법적·사회적 문제, 그리고 국내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등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력은 임금수준이 척도가 되어 이동하는 것이 원칙이고 또한 그 속성이기도 하다. 노동력의 수요측 즉 기업측에서 보면 임금이 낮은 지역이나 부문으로부터 필요노동력을 흡수하고자 하며, 공급측 즉 근로자측에서는 임금이 높은 곳으로 향해 이동코자 한다. 노동력 수요의 대상은 고임금지대로 향하고 그 공급은 반대로 저임금지대로부터 고임금지대로 향해서 움직이게 마련이다.

 한국은 근로자측이나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현행 임금에 대해 여전히 충족감을 갖지 못할지 모르나, 선진국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쨌든 고임금국이 되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후발국들에 비해서 평균임금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로부터의 노동력 유입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제화·개방화 물결은 노동력의 이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고 있다.

 노동력의 이동은 물론 임금격차가 그 기본요인이 될 것이나, 이에 더하여 실업률 격차도 임금격차의 요인과 맞물려 노동력이동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 경우는 특히 후진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으로부터이다. 경제개발 초기의 과잉인구는 개발과정에서 산업적으로 흡수 소화되고, 완전실업은 물론이려니와 잠재실업도 점차 소멸되어 나간다. 경제발전이 다시 그 단계를 넘어서면 인구과소 특히 산업인력 부족현상을 초래할 수가 있다. 만약 우리의 인력부족, 나아가 외국인 인력수요의 증가가 이러한 발전단계의 특징에 따른 것이라면, 이에 대해서 폐쇄적인 소극적 사고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이를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러한 이해 속에서도 작금 우리 국민의 근로정신상황을 돌이켜 볼 때 그러한 적극적 고려를 저상 내지 주저케 하는 일련의 분위기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경제개발과정에서 상징적 표현이 아닌 진정 문자 그대로의 불철주야의 국민적 노력에 의해서 열악한 개발 초기조건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괄목할만한 고도성장을 이룩하였다. 일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지칭해서 말하기 좋아하던 낮잠·흡연·그늘을 좋아하는 3S국민이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고 세계에서 가장 근면한 국민이라는 것이 한국민의 대명사처럼 될 만큼 그 인상을 대치시켜 놓았다.

 그런데 최근 뜻있는 국민들이 우려하듯, 「경제성장↓1인당 소득수준 상승↓소비조장등 안이한 생활방식 선호↓근면정신 쇠퇴」라는 현상이 계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면, 이에 대해서 냉엄한 반성을 해야만 하겠다. 물론 경제개발 초기의 어느 의미에서의 궐기된 근로정신은 점차 심화된 근로정신으로, 흥분된 근로정신은 성숙된 근로정신으로 전환됨으로써 진정한 근로정신이 국민생리로서 뿌리내리는 것이 발전적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현재의 변화된 근로정신의 양상이 심화 성숙된 특징을 갖는 것이 아니라 심잠되었거나 쇠퇴된 것이라면, 이는 마땅히 우려해야 할 일이며 조속한 새로운 환기책이 요청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외국인인력의 수요가 국민의 쇠퇴된 근로의욕이나 3D기피현상을 대충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이라면, 이는 단기적 소극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며, 경제발전을 위해서 적극적인 의미를 갖지는 못하게 된다. 국민의 충만한 근로의욕을  바탕에 깔고 경제발전에 따른 산업적 인력수요 팽창에 의해서 외국인인력의 축적 필요성이 발생될 때, 비로소 그 인력수요는 진정한 발전기여적인 뜻을 갖게 될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이후에 속출하고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뉴 라운드는 아직 중진국 단계를 이탈하지 못한 한국경제에 무거운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중 B라운드라 약칭되고 있는 노동라운드 타결의 문제가 국제적으로 본격화하는 경우 저임금에 의한 외국인 인력고용은,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그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는 점을 미리 유념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도 우리 경제발전의 바탕은 우리 국민의 왕성한 근로정신의 안정적 정착화와 발전의지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선진국에 진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국민의 경제귀족화에 흡사한 분위기의 만연을 경계하고 싶다.

 선진국 진입이라는 희망봉을 향해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 한국경제로서, 확고한 근로정신은 경제활동 모든 부문을 활성화하고 효율을 결정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정부·기업·근로자 기타 사회 각 부문에 속한 모든 국민이 각각 직능에 따라 적절한 정책과 유인의 강구, 교육의 강화, 자각의 환기, 그리고 적극적 풍토의 조성등 국가·국민의 총체적 노력에 의해서 근로정신의 재충전과 새로운 환기, 나아가 새로운 차원의 경제발전, 선진단계로의 조속한 진입을 꾀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