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공전하고 있다. 이번 국회는 주말인 지난 10일 개회되었으나 11일은 일요일이라 쉬었고 12일은 여야간의 의견차이로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또 쉬어야 했다. 오랜 정치방학을 끝내고 의사당에 나온 의원들은 회의가 열리기를 기다리며 서성거리다가 끝내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이번 국회가 이처럼 처음부터 공전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큰 쟁점을 두고 여야가 격돌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사소한 절차문제로 민자·민주 양당이 신경전을 벌인 결과다. 국회추천몫 헌법재판관을 민자당은 여야간에 2대 1로 배분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동률로 하자고 맞섰기 때문이다. ◆이날의 공전사태를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여야간의 힘겨루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우리 국회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회기가 1백일간이나 되는데 하루 이틀 쉬어도 상관없다는 생각들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초반에는 느긋하게 쉬엄쉬엄 가자는 고질적인 습관이 배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가 막바지에 이르면 회기가 모자라 쩔쩔 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간에 쫓겨 숱한 안건들이 졸속처리되기 일쑤다. 어려운 안건을 초반부터 열심히 심의하지 않고 세월이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미루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태다. ◆그리고 「국회공전쯤이야…」하고 가볍게 보는 버릇도 문제다. 과거 국회에서 워낙 자주 보아온 파행운영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태산같이 쌓인 할 일들을 보면 밤을 새워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이렇게 처음부터 놀고 있는 국회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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