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여 정신질환자 치료경험 토대/「억압체제 비극」 고발 충격적 보고서 독일, 특히 반세기 가까이 사회주의 억압체제 아래서 신음했던 옛동독 주민의 정신생활을 파헤친 한스―요하임 마즈의 「사이코의 섬(원제 감정체제)」이 송동준교수(서울대 독문학)의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저자 마즈는 옛동독의 저명한 심리학자로 그는 동독에서 5천여명에 달하는 정신적 노이로제 환자를 치료한 임상경험을 토대로 통독 이듬해인 90년에 이 책을 썼다. 감정정체 아래서 개체의 성격적 기형화와 이 메커니즘이 가져온 결과및 사회적 악영향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옛동독의 억압체제가 빚어낸 인간소외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이다. 이와함께 나치즘의 등장과 유태인의 대학살, 패전 뒤 나치즘의 대대적인 숙청을 통해 구축된 동독사회주의 체제, 통독 이후 독일 극우파의 인종청소 만행등 독일 역사의 일그러진 이면을 고발하고 있다.
마즈는 현재까지 독일의 성장을 「슬픔의 청산작업」이라고 기술하고 이 「슬픔의 청산작업」의 실마리를 옛동독의 억압체제에서 우선 찾고있다. 마즈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동독은 당이 모든 지도적 역할을 도맡은 것은 물론이고 50만 이상의 슈타지(국가안전부)요원을 포함한 국가적 통제, 억압적 교육과 가정적 억압, 교회의 회유등이 필요했다. 심지어 영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제왕절개 장려및 영아와 산모의 격리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동독 주민은 태어나서부터 비인간적인 폭력체제가 요구하는 것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졌고 억압의 결과로 찾아온 것이 「결핍증후군」이었다.
그는 동독의 사회주의 폭력체제는 국민에 의해 지탱된 셈이며 이는 국민이 그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휴유증을 극복할 치료문화로서 공동생활의 문화, 자연분만 장려, 인간의 육체를 기계처럼 여기지 않는 총체적 의학의 도입을 제시했다.
인간 본성의 억압에 대한 마즈의 분석은 동독이라는 특정 지역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환경에 놓여있는 북한이나 과거 귄위주의 체제를 경험한 우리의 실상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심리적 거울로 평가받고 있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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